[美소+]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 가장 복된 길'

[美소+]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 가장 복된 길'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 봉사란 '작은 것 하나에도 큰 가치를 느끼는 것'

기사승인 2020-10-31 06:00:19


- 연탄 나눔과 식사 대접 등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 가장 복된 길 
- 최소 반경 4Km 이내  배고픈 사람이 있는 것은 허기복 책임
- 봉사는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채무 행위’
- 허기복은 허락할(許) 터(基) 복(福). 땅에서 복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뜻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 물질적 풍요가 가득한 2020년. 1970년대 20원이던 껌 한 통을 1000원 한 장은 있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언제부터인가 1000원으로는 지하철,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과자도 1000원짜리 두 장은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1000원을 메모지로 사용하고, 누군가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 잔돈으로 삼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게조차 푼돈 취급받는 1000원.

하지만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연탄 한 장(2020년 기준-연탄 한 장의 가격은 800원, 배달료가 장 당 100~200원)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사람들의 삶을 따스하게 만드는 연탄은 희생이고, 희망이며, 헌신이다. 그런 삶을 사는 허기복 대표(65)를 강원도 원주시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서 만났다.



경기도 부천이 신도시로 개발되기 전 부천 인근의 한 농촌에서 자란 허기복 대표는 아버지의 잦은 음주와 노름 빚으로 살림을 책임진 어머니 밑에서 끼니를 자주 거를 만큼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별명이 허기진 사람이라는 의미의 ‘허기진’이었다.

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비뚤어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신앙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신학대에 입학했다.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키웠죠.”



허 대표는 목사 안수를 받고 5년간 열심히 활동했던 서울의 한 교회에서 홀연히 떠나 1994년, 생면부지의 땅 강원도 원주에 정착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를 꿈꾸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새벽 1시에도 교인들과 올빼미 전도를 다닐 만큼 열정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어렸을 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사례비가 없어서 목사를 모시지 못하는 어려운 교회가 있다면 제가 가겠다고 신문에 광고를 냈어요. 어느 날 친구가 전화해서는 신문광고 봤다고 원주에 알맞은 교회에 있으니 내려오라고해 뒤도 안 보고 원주로 왔죠”

이렇게 허 대표의 봉사인생은 시작됐다.
 
“원주에 있는 작은교회에 담임목사로 내려와서 초등학교,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IMF가 터진 거죠.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노숙인이 너무 배고프다고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지갑에 있는 돈은 탈탈 털어 드렸는데 고맙다며 뒤돌아 가는 모습이 꼭 예수님 같더라고요. 아, 나는 ‘허기진’ 허기복이다. 최소한 반경 4Km 이내에 어려워서 배고픈 사람이 있는 것은 나라의 책임이 아니다. 허기복의 책임이다”

허 대표는 1998년 원주 쌍다리 밑에서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밥상공동체의 시초였다.


본격적인 봉사 영역 확장은 2002년 12월이었다. 이미 수년간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던 ‘사랑의 연탄은행’이 그것이다. 연탄 나눔은 2002년 12월 한 후원자가 내놓은 연탄 1000장으로 출발했다. 허 대표는 추운 겨울 홀로 냉방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을 뵙고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연탄은행 설립을 결심했다. 이는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전국 31곳의 연탄은행 설립으로 이어졌다.

“제 이름이 한자로 허락할(許) 터(基) 복(福)이예요. 땅에서 복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연탄 나눔과 식사 대접 등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 가장 복된 길 아닐까요. 이름값 하며 살아야죠”(웃음)

허 대표의 연탄은행은 19년간 6300만 장의 연탄을 전국 약 40만 가구에 나눔했다.

“보통 9월부터 연탄을 때는데 한 가구가 한 달에 150장 정도가 필요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탄 후원과 자원봉사가 뚝 끊겼죠. 연탄 나눔을 50장으로 줄였다가 지금은 30장으로 줄였어요. 지금은 모두가 힘들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많은 분이 도움을 주리라 믿어요. 연탄 한 장 무게가 3.65kg인데 저는 이것을 사람의 체온 36.5도로 봐요. 고작 800원짜리 연탄 하나지만 ‘사람의 온정’의 가치는 무한하지 않나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가난했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위하겠다’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봉사는 누굴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찰하고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채무의 행위’입니다. 약 27년간 봉사활동을 이어갔지만, 항상 ‘흥분과 설렘’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요. 그것이 봉사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개인 사무실에 들어섰다. 추억이 담긴 연탄 관련 소품들과 봉사일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 등. 허 대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자랑했다.

“800원짜리 연탄 한 장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800원은 그냥 800원이 아니라 1원짜리 800개가 모인 거예요. 저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대한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절대적 가치예요. ‘누구는 가치가 있다, 있다’ 이렇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죠. 누구든 다 소중하고 의미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차에 타려던 차, 허기복 대표가 덥석 라면 한 박스를 트렁크에 실어 주셨다. 주위 어르신들 드리라고 사양했지만, 계속 권하셨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인터뷰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중 허기복 대표에게 받은 라면에 생각이 닿았다. 한평생 봉사와 배려로 살아온 그에게 나눔은 당연한 일상일지도 모를 터였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영상에 담았습니다>

tina@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영상제작=우동열 쿠키건강TV PD
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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