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현재의 전세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금이 부담이 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전세 가격을 인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을 90%로 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를 비롯해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부동산 가격평가 등 60여 가지 행정 업무 기준이 된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표준주택) 53.6%, 토지(표준지) 65.5%다. 이번 방안에 따라 현실화가 완료되면 3가지 수치 모두 90%로 같은 수준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단기간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보다 연간 3%p씩 현실화율을 상향할 방침이다. 상향은 최대 6%p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한 동시에 부동산 가격과 유형별로 현실화율 목표에 도달하는 속도와 시점을 다르게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대란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새어나오는 이유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대차법 이후 전세의 월세 전환은 커지고 있다. 여기서 공시가격 상승이 이뤄질 경우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덜고자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린다던지,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던지 등과 같은 현상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8∼10월 사이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세 가격이 크게 올르고 있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부동산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5억원을 넘겼던 8월(5억1011만원)과 비교해 3756만원(7.5%) 올랐다.
매물 거래도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9월 서울의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모두 1만4150건으로, 전달 대비 20.3%(3597건) 급감했다. 전·월세 거래 감소는 서울 25개 구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로구와 노원구는 각각 35.6%, 34.0%로 감소폭이 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이 더해져 전셋값이 더 오르고, 보증부 월세가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고가주택 및 은퇴한 고령층의 세 부담 불만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조세 부담이 임대료에 전가되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현재 수급불균형이 나타나는 임대시장에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세금이 선호지역 집값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