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는 왜 치마가 아닌 바지를 택했을까. 소속사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들려준 설명은 이렇다. 위클리는 ‘지그재그’ 무대에서 커다란 박스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박스를 굴리거나 박스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려면 활동성이 좋은 의상을 입어야 했단다. 관계자는 “짧은 치마를 입으면 안무를 소화하기가 불편해 의상을 반바지로 정했다. 동작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길이도 길게 했다”고 설명했다.
의상은 곡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역할도 한다. 그룹 위키미키가 대표적인 보기다. 이들은 지난달 8일 공개한 ‘쿨’(COOL) 뮤직비디오에서 흰색 점프슈트와 화려한 조거 팬츠를 번갈아 가며 입는다. 세련되면서도 강인한 분위기의 점프슈트와 자유분방한 느낌의 캐주얼 의상이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의 위키미키를 보여주겠다’는 곡의 메시지와 잘 어우러진다.
소속사 판타지오뮤직 관계자는 “점프슈트는 정장처럼 느껴지도록 제작했다. 의상의 전반적인 형태를 통일하되 디테일에 차이를 줘서 멤버마다 개성을 살렸다. 캐주얼 의상은 ‘힙하다’ ‘멋있다’ 같은 반응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제작했다. 색깔, 소재, 패턴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도 멤버들이 모였을 때의 은은한 조합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노출을 최소화한 덕분에 격정적인 안무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었다. 소속사 측은 “위키미키가 퍼포먼스에 강한 팀이다 보니, 지난 음반에 이어 이번에도 멤버 전원 바지 착장을 추구해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성별 구분이 뚜렷하던 아이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Mnet ‘퀸덤’에서 그룹 AOA가 바지 정장 차림으로 ‘너나 해’ 무대를 선보인 뒤, 성별 구도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섹시 콘셉트로 이름을 알린 AOA는 ‘퀸덤’ 이후 발표한 신곡 ‘날 보러 와요’에서 활동하기 편한 바지를 입고 활과 총을 들었다. ‘달을 사냥한다’는 곡의 콘셉트에 맞춘 의상이었다. ‘청순돌’로 불리던 그룹 우주소녀와 에이프릴 역시 각각 ‘이루리’와 ‘라라리라라’ 활동 당시 승마복과 정장 느낌의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걸그룹이 ‘진취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면서 생긴 변화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걸그룹의 콘셉트가 ‘청순’ ‘섹시’처럼 일률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채롭게 각 팀의 개성을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무대 의상도 세세하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이런 시도는 보이그룹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그룹 샤이니 멤버 태민을 시작으로 아스트로와 펜타곤 등이 레이스나 시스루, 크롭티 의상을 활용한 젠더리스 패션을 선보였다. 이 관계자는 “보이그룹의 패션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는 데 반해, 걸그룹의 바지 의상에 대해서는 반발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트렌드를 무대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아티스트의 역할이기도 한 만큼, 대중도 마음을 열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