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1억원 넘게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2주 안에 회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조치는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대출은 지난달 3조9000억원가량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6.6%나 됐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놓고 나서 정작 서민들이 이용할 대출을 막아버린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대출 없이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용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무주택자들에게는 주택 구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풍선효과 우려도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 내용이 불명확해 자칫 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문제는 이번 신용대출 규제가 임대차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서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해당 규제책은 연봉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되는 만큼, 일반 서민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집을 구매하려는 이들 매매수요가 대출규제로 인해 전세수요로 이어질 경우 불안한 임대차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오른 원인이 대출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번 대출 규제 대상자는 서민이 아니다. 다만 이로 인해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전세시장이 불안할 때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는 고소득자 등이 규제로 인해 전세수요에 더욱 머무를 경우 전세가율이 더욱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럴 경우 갭투자로 집을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민의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연봉 8000만원 이상의 소득으로 마이너스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소득 수준이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와 매매시장은 항상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을 펼칠 때 이를 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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