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정상급 선수들이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정상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리그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중국 프로리그(LPL)의 스토브리그가 공식 종료된 16일부터 계약 소식이 쏟아졌다. 17일 중국의 펀플러스 피닉스는 담원 게이밍의 ‘너구리’ 장하권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장하권은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로 꼽혔다. 공격력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장하권은 올해 롤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소속팀 담원의 우승에 기여했다.
장하권이 자유계약 신분이 되자 국내외 복수의 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했다. 장하권은 담원 잔류와 FPX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중국행을 선택했다. FPX가 제시한 금액도 금액이지만 우승권에 근접한 로스터가 장하권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권 특유의 도전 의식도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수준급 탑라이너가 넘치는 LPL은 분명 매력적인 리그다.
같은 날, 징동 게이밍(JDG)은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활약한 원거리 딜러 ‘미스틱’ 진성준의 영입을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에서 전성기를 보냈다가 2020시즌 LCK로 돌아온 진성준은 다시 중국 무대에서 뛰게 됐다. 이밖에 그리핀에서 뛰며 한 때 LCK 최고의 정글러로 손꼽혔던 ‘타잔’ 이승용은 LNG에 새둥지를 틀게 됐다.
앞선 16일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김정수 T1 전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BLG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BLG는 “김하람은 아펠리오스, 바루스 등 원딜 캐릭터를 능숙하게 다룬다”며 “라인전과 교전 능력에서 발군이다”라고 김하람을 소개했다.
같은 날 ‘바이퍼’ 박도현의 이적 소식도 날아들었다. 행선지는 명문 게임단인 EDG다.
박도현은 2017년 그리핀으로 입단해 LCK 준우승 3회, 롤드컵 8강 진출을 이뤄냈다. 2020 서머시즌 한화생명e스포츠로 이적해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솔로랭크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업계 관계자와 선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정상급 원거리 딜러로 평가된다.
선수들의 대거 이탈은 예견돼있었다.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LCK 관계자들은 최대의 난적으로 LPL 게임단을 뽑았다. 한국 선수들을 고평가하는 LPL 게임단들은 비시즌 때마다 한국으로 관계자들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스타급 선수들뿐만 아니라 유망주들에게도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는 통에 LCK 게임단들이 애를 먹고 있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이름값이 높지 않은 선수라도 요즘엔 기본적으로 몸값이 두 자릿수”라며 “유망주들도 씨가 말랐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LCK의 수준이 더 높아 명예를 위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리그 전반적인 수준은 LPL이 더 높기 때문에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 선수들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수준급 선수들의 지속적인 이탈로 리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에 제도 마련으로 선수들의 이탈을 막아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글로벌 규정에 따라 리그가 운영되는 터라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다. 활동 기간이 짧은 프로게이머 특성상 더더욱 선수 및 감독들의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LCK 중계를 담당하는 전용준 캐스터는 11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이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능력 있는 선수와 코치가 더 좋은 조건, 환경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 팀의 권리만큼 선수들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낀 LCK 게임단들은 최근 내부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T1의 경우는 유망주들과 일찌감치 다년계약을 진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 캐스터는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누군가는 LCK를 떠날 것이다. 아쉽고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LCK의 저력을 믿는다. 누군가가 빠져도 누군가가 새롭게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게 바로 LCK”라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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