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뿔난 카카오브런치 공모전 '논란'

작가들 뿔난 카카오브런치 공모전 '논란'

스토리텔러 50명 모집...4개월간 활동, 1년간 게시물 유지 조건
1명에게만 아이패드 보상, 49명에게는 '무급' 논란

기사승인 2020-12-23 04:00:04
▲ 카카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전. /사진=게시글 캡처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카카오 브런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고 리뷰글을 쓸 작가를 모집하는 공모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카카오 브런치 공모전에 대해 작가 원고료 없이 무급으로 봉사해달라는 '꼼수 공모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브런치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고 감상평을 남긴 작가들 중 50인을 선정한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내년 1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3개월간 한달에 1~2편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감상평을 쓰게 하는 방식이다. 

참가자 50인 전원에게는 작품 감상을 위한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이 지원되고, 넷플릭스 굿즈 일부가 지급된다. 최우수 작가 1명에게만 아이패드 에어 4세대와 매직키보드를 지급하고, 그외 49명에게는 브런치 프로필 브런치 활동 내역에 '넷플릭스 스토리텔러'가 추가되는 것이 전부다.  

작가들이 문제삼는 것은 이 지점이다. 최우수 작가 1명을 제외하고는 49명의 작가들에게 프로필에 넣는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문구 하나만 줄 뿐 실제적인 고료나 보상 수단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카카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전 유의사항 내용. /사진=게시글 캡처 

이와 관련 언론사에 메일을 보낸 제보자는 "작가들에게 공짜로 넷플릭스 홍보 글을 쓰게 하며, 심지어 1년동안 공개 콘텐츠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콘텐츠 창작자들이 국내외 거대 기업과의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이 앞장 서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마땅한데, '우리랑 협업하면 다른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태도는 책임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브런치 측이 밝힌 유의사항을 살펴보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응모자 본인에게 있지만, 응모한 글은 카카오와 넷플릭스 채널에 노출될 수 있고 일부 재가공돼 관련 프로모션에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브런치 측이 글에 대한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 최종 1인 우수자가 아닌 경우에도 49명의 작가들이 1년간 글 게재를 유지할 의무를 진다. 

뿐만 아니라 당선 후 활동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내역 표기가 제외되고, 브런치의 다음 이벤트 당첨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조항까지 붙어 있다.

사실상 무급으로 넷플릭스 홍보를 해 달라는 것이라고 브런치 작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 댓글란에는 다른 OTT업체인 왓챠가 고료를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 '열정페이'라고 비판하거나 서평단, 블로그 체험단 등과 비슷한 조건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댓글창에서 ID '니코로빈'은 "넷플릭스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면 왓챠처럼 원고료를 지급하고 리뷰 써주실 작가를 데려올 수 있을 텐데"라며 "책 수령 후 리뷰 작성하는 서평단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데 열정 페이를 이렇게까지 홍보하는 게 신기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열정페이하라는 듯", "네이버 블로그 체험단 페이지를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라며 카카오의 대응을 비꼬는 댓글이 달렸다. 

▲ 공모전 게시물 댓글. 사진=게시글 캡처. 

특히 최근에는 트위터에서 한 소설가가 이러한 카카오 브런치의 공모전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글로벌 기업이 49명분의 작가 원고료를 퉁치는 수작"이라며 "예술인재단에 고발했다"고 밝힌 후 신고 인증샷까지 남겼다. 

이 소설가는 예술인재단 신고 내용을 공개하며 카카오 브런치의 이 행위가 '불공정한 계약 강요 행위'라고 봤다. 그는 "구독료 지원으로 원고료를 대체하는 것으로 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계약 조건이자 공모전 표준 가이드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트위터에 올라온 한 소설가의 트윗. /사진=트위터 캡처

또 다른 트위터리안도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를 모집하는데 선정된 작가들에게 '고료 없는 명예'를 준다는 모양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브런치 측은 "이 공모전 취지는 수익을 얻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브런치에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콘텐츠 리뷰 작가님들이 많이 계셨고, 카카오와 넷플릭스가 스토리텔러 지위를 부여하면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작가님과 직접적인 계약을 하는 일반적인 공모전과는 달리, 이번 공모전은 작가님과 따로계약을 하지는 않고 계약서도 없어 불공정계약은 아니다"라며 "1년에 글을 게재유지할 의무가 있긴 하지만 저작권은 작가분에게 있고, 발행한 글을 자유롭게 취소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재유지를 하지 않아도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문구만 삭제될 뿐 넷플릭스 이용권이나 굿즈는 그대로 제공된다"라며 "유의사항에 재가공이라고 언급한 것도 원작 훼손이 아니라 채널이 노출될 때 지면상 적합한 구성에 맞춰 글자수 조정, 말줄임 처리, 이미지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브런치 플랫폼 자체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브런치 자체가 글쓰기를 하는 창작자들이 고료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는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브런치 측이 공모의 대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정식 공모전을 열면서 이 같은 '무급 시스템'을 안일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공모전 표준 가이드라인 발췌.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콘텐츠 공모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모전 주최 시 저작권자에게 그 이용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보상액은 거래 관행 및 시장가격 등을 고려해 정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그 보상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에는 이용허락의 부분이 무효화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안희중 변리사는 "카카오 측에서 저작권은 글쓴 사람 본인에게 있다고 명시를 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는 계약에서 노동의 가치 책정의 문제로 볼 수 있고, 이용권이 정당한 보상이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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