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 35분.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골목. 기자는 스마트폰에 뜬 신규 주문 알림을 보고 환호하고 있었다. 편의점 GS25의 도보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에 등록한 지 일주일째. 드디어 첫 ‘콜’을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에는 물건을 받아갈 편의점 매장의 위치와 거리, 상품의 무게 등이 적혀 있었다.
물건 수령까지 제한시간은 25분. 곧장 해당 매장으로 발걸음을 내달렸다. 기자가 있던 곳에서 불과 118m 떨어진 거리에 있었고,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되는 수준이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지만, 점원이 매장 손님까지 상대하느라 바빴던 탓에 시간을 조금 지체했다. 점원은 숨 돌릴 틈 없이 매대에서 물건을 한 아름 집어와 봉지에 담았다.
물건을 받아 다시 매장에서 218m 떨어진 한 오피스텔로 향했다. ‘문 밖에 물건을 두고, 벨을 눌러달라’는 주문자의 요청사항도 되뇌이면서. 봉지에는 컵라면과 주스, 샐러드 등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배달하러 가는 길, 해당 오피스텔 코 닿을 곳에 이미 여러 편의점들이 즐비해 있어 놀랐다. 근거리 소량배달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이렇게 생애 첫 ‘편의점 배달’을 마쳤다. 첫 콜을 잡고 배달을 완료하기까지는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이 한건으로 기자가 올린 수익은 2800원. 방금과 같은 좋은 거리의 콜만 나온다면 부업으로 상당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최근 GS25와 CU 등 편의점들은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을 콘셉트로 일반인 도보 배달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신규 주문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고 할 만큼 매우 적다. 잡을 콜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기자는 일주일전 거주지인 경기도 고양시에서 우리동네 딜리버리 앱을 계속 켜두고 있었지만, 신규 주문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자의 ‘우리동네’ 고양시를 떠나도 알림이 울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날에는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서울시 은평구의 연신내와 불광동을 돌았지만 허탕이었다. 같은 날 오후 8시 이후엔 10시까지 강남역 인근에서 앱을 켜고 돌아다녔지만 결과는 같았다. 강남으로 배달지역을 옮겼던 건, 이곳에 콜이 몰린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역삼동에서 첫 번째 배달을 완료 후, 오후 4시까지 강남역과 역삼역, 선릉역을 인근을 정처 없이 걸어 다녔지만 주문 알림은 더 울리지 않았다. 강남이 타 지역보다 편의점 배달이 빈번한 것은 맞지만, 신규 주문이 많다고 볼 순 없었다. 현재 ‘우리동네 딜리버리’ 앱 후기에도 ‘주문이 거의 없어, 진행을 할 수 없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문이 적은 것을 두고 GS25는 아직 사업 초반이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비대면’이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편의점에서 물건을 배달받는다는 인식 역시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험 단계인 만큼, 당장의 수치보다는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GS25 관계자는 “일일 일반인 배달원들의 배송 건수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600건의 상품을 전달한 일반인 배달원이 나왔을 정도로 서비스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인 만큼,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면서 “신규 일반인 배달원도 5만명을 넘어섰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편의점 주문 만으론 플랫폼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편의점이 골목마다 있는 한국 유통시장의 특성상, 편의점 배달 수요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일반인 배달인 ‘배민커넥트’의 경우, 일반 음식점을 주축으로 B마트가 들어가 있는 형태다. 이에 일반인이 수행할 수 있는 배달 콜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결론적으로 ‘우리동네 딜리버리’ 하나 만으로는 용돈벌이가 어려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일반인 배달원 플랫폼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콜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라며 “일반인 배달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요소를 단점으로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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