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의 별명이다. 쉬지 않고 필드를 누비고, 상대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괴롭히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DRX와 농심 레드포스의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경기에 등장한 ‘우디르’는 그런 박지성을 연상케 했다.
1세트 패배 후 DRX의 정글러 ‘표식’ 홍창현은 챔피언 ‘우디르’를 선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디르가 LCK에 등장한 것은 1799일 만이다. 초반 정글링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빠른 발 외에는 특별한 이동기가 없는 우디르는 한계가 뚜렷해 대회에서 오랫동안 외면 받아왔다. 대회가 아닌 솔로랭크에서도 비주류 취급을 받는 비운의 챔피언이다. 올 시즌 대대적인 아이템 패치로 평가가 조금 올랐다지만,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예상대로 우디르는 경기 초반까지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15분께 이동속도를 크게 올려주는 ‘터보화공탱크’ 아이템을 구매한 뒤 본격적으로 발이 풀리기 시작했다.
‘라칸’과 함께 ‘베이’ 박준영의 신드라를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종횡무진 협곡을 누비며 상대를 괴롭혔다. 공격력이 약해 파괴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빠른 이동속도와 ‘거북이 태세’ 스킬을 이용한 탱킹 능력을 이용해 상대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우디르가 접근하면 좀처럼 떼어낼 수 없었고, 빠르고 단단하다 보니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특히 ‘터보화공탱크’의 효과로 먼 거리를 단숨에 횡단하는 탓에 급습을 대비하는 것도 힘들었다.
홍창현의 우디르는 상대를 마킹하고, 교전을 열고, 킬까지 따내는 등 만능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창현은 이날 2킬 1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죽지 않았다. 우디르에게 2134일 만의 승리를 안긴 그는 2세트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아울러 DRX는 2세트 반전에 성공, 3세트도 거머쥐며 시즌 2승(1패)째를 기록하며 리그 3위로 올라섰다.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홍창현은 “사실 처음엔 우디르를 할 생각이 없었다”며 “얼마 전에 중국에서 뛰고 있는 ‘카나비’ 선수가 우디르 약을 팔았다. 재밌고 진짜 좋다고 해서 해 봤는데 스크림(연습 경기)에서 써 보니 괜찮았다. 그러다보니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디르의 장점은 일단 이 챔피언이 상대방을 화나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치고 빠지기가 너무 좋다. 어그로핑퐁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매체 개별 인터뷰에서는 “우디르가 할 수 있는 게 사실 별로 없다. ‘터보화공탱크’가 뜨기 전까지 정글링 하면서 기다리다가, 혼자 있거나 플래시가 없는 챔피언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빈틈을 파고드는 게 핵심이다. 이날 경기도 그렇게 방향성을 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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