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 30대 A씨는 대학생 때 급성위염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적이 있다. 기숙사 생활을 했던지라 식사를 거르고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안주로 나온 자극적인 음식만 먹던 것이 화근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종종 속 쓰린 증상이 나타나 죽과 위산분비억제제를 달고 살고 있는 중이다.
# 매콤하면서 ‘단짠단짠(달고 짠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인 음식을 즐겨 먹는 20대 B씨는 만성 속 쓰림을 겪고 있다. 잠깐 속이 쓰리다가 괜찮아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위산과 음식물이 역류하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까지 겹쳐졌다.
속 쓰림 현상을 경험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잘못된 식생활‧음주 습관, 스트레스 등은 위‧식도질환의 원인이 된다. 젊은 환자들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하거나 위산분비억제제 등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528만 9304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50대(18.8%)가 가장 많았지만, 20‧30대도 각각 11.3%, 13.1%를 차지하고 있다.
위염은 크게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으로 분류된다. 급성위염은 주로 헬리코박터균의 최초 감염,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감염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다. 과한 알코올 섭취나 진통제와 같은 약물 복용에 의해서도 위점막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위염의 경우에는 명치부위의 통증과 함께 오심 및 구토가 동반될 수 있다.
염증이 3개월 이상 자기적으로 지속되면 만성위염이 된다. 만성위염의 대표적 원인에는 헬리코박터균 감염, 약물, 흡연, 잦은 음주, 불규칙한 식사 습관에 의한 답즙 역류 등이 있다. 만성위염의 경우 심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비특이적으로 배 윗부분의 통증이나 식후 복부팽만감 및 조기포만감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를 소홀히 하기 쉽다. 만성염증은 정상적인 위샘을 소실시켜 위축성 위염을 유발하고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포함한 위식도 역류질환자도 국민 400만명 이상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히 발생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생기는 증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식도 점막에 손상이 생기면 역류성식도염, 그렇지 않으면 비미란성역류질환으로 구분된다.
위가 건강한 경우에는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잘 닫혀져 있지만 이 기능이 약화되면 위-식도 사이에 위치한 ‘하부식도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기름진 음식,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 얼큰한 국물로 해장하는 습관은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을 줄이고 위 점막을 손상시킨다. 목의 이물감, 가슴 쓰림, 소화불량, 신물 오름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잦은 트림, 구취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들 질환은 원인이 되는 음식‧약물의 중단, 위산분비억제제 등의 복용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자펌프 억제제(PPI)’를 장기 복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신후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설사, 뇌졸중, 허혈성 심장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골다공증, 치매 등이 있다”며 “적절한 약물 사용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많은 환자들이 PPI를 과도하게 복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약물치료로 증상이 나아져도 재발해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투약을 장기간 지속하면 약물이 잘 듣지 않고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만약 음식물 역류증상이 지속된다면 항역류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30대에서 수술건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커피, 탄산음료, 튀기고 기름진 음식, 술 등은 위장장애 증상을 가속화시킨다.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시적인 약물치료와 식습관 개선으로 증상이 개선되면, 곧 방심해 예전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방치 시에는 궤양이나 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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