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방심하지 말아야죠.”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담원 기아의 탑 라이너 ‘칸’ 김동하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담원 기아는 29일 오후 7시 30분 온라인으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화생명과 공동 1위에 자리했던 담원 기아는 5승(1패)째를 거두며 단독 1위에 안착했다.
김동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겼지만 사실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 어떻게 하면 1등 자리를 길게 유지할 수 있을지 방심하지 않고 준비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승을 달리던 두 팀의 맞대결. 1위를 건 싸움이라 이날은 매 세트 접전이 펼쳐졌다.
김동하는 “확실히 순위가 높은 팀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맞춰 준비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준비 했던 게 잘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동하는 이날 1세트 퀸을 이용해 한화생명의 사이드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적극적인 교전 시도로 킬 스코어에서 담원 기아에 크게 앞섰던 한화생명이지만 김동하의 존재 때문에 섣불리 원하는 대로 경기를 끌고 가지 못했다.
김동하는 “픽밴 단계에서부터 운영을 주로 신경 쓸지, 교전에 신경을 쓸지를 결정한다. 1세트 같은 경우는 퀸에게 주어진 역할이 사이드를 푸쉬하면서 상대를 흔들어야 되는 거였는데, 데스가 조금 많이 나오더라도 그런 시도를 계속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급습을 시도한 상대에게 당해 데스도 적잖게 나왔지만, 김동하는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해냈다. 베테랑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베테랑의 짬이 느껴졌다’는 기자의 감탄에 김동하 역시 “이 챔피언이 어떤 타이밍에 어떤 식으로 해야 되는지, 그런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1세트 1킬 6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대미지를 넣었지만, POG 수상자에게선 좀처럼 보기 드문 KDA다.
김동하는 “데스를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상대의 노림수를 흘릴 수 있는 건 흘려내면서 사이드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아 POG를 주신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팀원들이 받을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잘 하라고 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2세트 뽑은 사이온 픽에 대해서는 “상대의 1, 2, 3픽을 봤을 때 탱커를 처리하기 곤란한 딜러진이라고 생각해 사이온을 뽑았다. 상대도 그걸 의식해 딜러를 새로 뽑은 것 같은데 우리의 밴픽이 잘 먹힌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기아는 날선 교전으로 유명한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상대를 서서히 질식시키는 단단한 운영이 돋보인다.
김동하는 “기본적으로 팀원들이 다 체급이 높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교전이면 교전, 운영이면 운영, 전부 다 픽밴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게 담원의 최고 강점인 것 같다”며 “어떤 픽이 나오더라도 플레이할 수 있게끔 감독님이 잘 신경써주신다. 선수와 코치진의 시너지가 아주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국에서 뛴 김동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과거 SK 텔레콤 T1(T1)에서 함께 했던 김정균 감독이 간곡히 손을 내밀어 현역을 연장했다. 기량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건재함을 보이며 리그 최고의 탑 라이너로 자리했다.
스스로의 활약에 몇 점을 매길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김동하는 “내가 많이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팀에 와서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상, 내게 주어진 것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 때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젓함을 보였다.
김동하는 또 “1년 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며 “이런 팀에서 1년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너무 좋은 기회다”라며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담원 기아는 비교적 긴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2월 4일 리브 샌드박스와 맞붙는다.
김동하는 “휴식기가 조금 길지만 당연히 프로라면 더 열심히 잘 준비해야 한다. 깔끔한 경기력으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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