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보증금대출보다 조건이 까다로워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30 청년 계층의 경우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주거급여 제도란?
주거급여는 기준중위소득 45% 이하 가구에게 지급하는 정부의 월주거비 지원 정책이다. 법적 근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주거급여법’이다. 임차가구에게는 기준임대료에 근거해 월주거비 지출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자가가구에게는 주택수선비를 지급하고 있다.
당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별도의 주거급여는 없었다. 통합급여 내에 주거비나 관리비, 연료비 등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에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이 개별급여로 분리되면서 별도 기준이 마련됐다.
현재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3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45%까지 지급하고 있다. 1인가구 기준 올해 기준중위소득은 182만7831원이다. 1인 주거급여는 여기에 45%인 월 82만2524원이다.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 미만이다.
월주거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임대료는 가구원수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지역은 4개 급지(서울, 인천‧경기, 광역‧세종시, 그외)로 나뉘며 서울의 기준임대료가 가장 높다. 올해 서울 1인가구의 기준임대료는 31만원이다. 그 외 지역은 ▲인천‧경기 23만9000원 ▲광역‧세종시 19만원 ▲그외 16만3000원 수준이다.
◇이거 빼고 저거 빼고…지원금은 이 정도?
하지만 해당 금액은 모두 지급되지 않는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거급여 제도는 일정자산을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소득 기준 금액으로 삼고 있어, 실질적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일정소득만을 기준으로 주거지원이 이뤄지는 일반 보증금대출 제도와는 다른 방식인 셈이다.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민달팽이유니온 운영)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를 엮어낸 ‘점유중립 정책을 통한 주거취약 청년 주거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급가구의 월주거비(월세, 보증금의 월차임 환산액 포함)가 해당 지역의 기준임대료보다 낮을 경우 주거급여를 받는 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월주거비가 ‘생계급여~주거급여 기준선’에 해당하는 가구는 ‘자기부담금’이라는 규정 때문에 기준임대료만큼의 금액을 지급받을 수 없다. 자기부담금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초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 즉 기준중위소득 30%~45%에 해당하는 가구에 대해 생계급여 선정기준 이상 소득의 30%를 기준임대료에서 차감하는 규정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월세 40만원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가구가 있다고 치자. 소득인정액은 생계급여~주거급여 사이인 82만원이다. 소득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구가 실제 받을 수 있는 주거급여는 약 22만8000원에 불과하다. 자기부담금 기준이 적용돼 소득인정액 82만원에서 생계급여 기준액인 54만8349원을 제외한 27만1651원의 30%(8만1495원)가 기준임대료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서울 1인가구 기준임대료가 현재 31만원이니 여기서 8만1495원을 제하면 약 22만8000원이 나오게 되는 것.
이같은 자기부담금은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더 커진다. 4인 가구의 경우 최대 약 22만원까지 자기부담금이 발생해 경기도 기준 기준임대료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예산안에서도 가구당 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2018년 12만5000원, 2019년 14만1000원으로 1~2급지 기준임대료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자가 구입 지원이나 보증금 대출 정책은 급여 명세서상의 소득 등 실제 소득을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고 자산은 일정 금액 이하면 되는 ‘컷오프’ 방식을 사용한다”며 “하지만 주거급여는 일정 자산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월 소득으로 환산하는 ‘소득인정액’ 방식을 쓰고 있다. 월 소득이 82만원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가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대 청년 주거급여, 전체 1.8% 불과
이들은 특히 미혼 20대 청년층에서 문제가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연령대별 인구 대비 주거급여 수급자수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는 인구 대비 수급비율이 1.8%, 1.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평균 3.8%에 비해 낮았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기도 했다.
이유는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에 따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은 단독으로 수급단위를 이룰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단위가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주민등록상 별개의 가구를 이루고 있는 저소득 20대 청년은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가장 소득이 낮은 가구에게는 주거급여가 지급되지만, 문제는 주거급여의 지원 범위가 너무 좁다는데 있다”며 “주거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이 월 82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이를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의 유일한 주거비 직접 보조 정책의 소득기준은 1000만원이고 보증금 대출의 소득기준은 대략 5000만원 정도”라며 “1000만원~5000만원 사이에 위치한 청년들에 대한 직접 주거 지원은 거의 없으며, 보증금 대출은 동원할 수 있는 자산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역진적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올해부터는 제도가 일부 개선되어 원가구가 수급가구인 경우에 한해서는 원가구에서 독립한 청년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하지만 원가구가 수급가구가 아닌 청년들은 여전히 수급 대상에 배제되고 있는 상황”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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