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구리시 갈매고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됐다. 지난해부터는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됐다. 현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 이를 전국 모든 고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1학년 때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이수하게 된다. 이후 본인들의 선택에 따라 개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게 된다. 일반계고에서도 특수목적고 수준의 심화·전문 과목, 직업계열 과목 등을 수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육의 기회도 다양해진다. 소속 학교에 개설되지 않는 과목은 다른 학교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등의 수업도 개설된다.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연계된 수업도 열릴 예정이다. 현재 서울 동작·관악 선도지구에서는 <국제경제 브리핑, 세계화와 한국>, <코딩 없이 시작하는 AI 데이터분석> 등 서울대와 중앙대 연계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기간 총 192학점을 수강해야 졸업 가능하다. 1학기당 최소 수강 학점은 28학점이다. 1학점은 50분 수업 기준이며 한 학기에 16회를 이수해야 한다. 단위 과목은 최소 1학점에서 최대 5학점으로 개설된다. 대학처럼 방학 중 계절수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학기별로 학점을 몰아 듣거나 학점을 미리 채워 조기 졸업하는 것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진급과 졸업조건은 좀 더 까다로워진다. 현재 고교에서는 각 과정 수업일수의 3분의 2이상만 출석하면 진급, 졸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에서는 과목별 출석률의 3분의 2이상 뿐만 아니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진급 또는 졸업을 할 수 있다. 학업성취율은 A, B, C, D, E, I(Incomplete)로 나뉜다. 성취율 40% 미만인 I등급을 받으면 해당 과목은 미이수 처리된다. 각 학교는 미이수된 학생에 대해 별도 과제 수행, 보충 수업 등의 보충 이수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의 지원에도 192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졸업이 유예된다.
석차등급제도 조정된다. 공통 과목에서는 성취도와 석차가 성적표에 병기된다. 그러나 수강인원에 차이가 있는 선택과목에서는 성취도만을 표기한다. 수강인원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 학생이 수강인원이 적은 과목을 기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원점수와 과목평균, 성취도(수강자수), 성취도별 학생비율 등이 표기된다.
반발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사 확충 없는 고교학점제 안착은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의 기본 취지는 공감한다”면서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학사운영, 교원조직, 공간,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화와 준비가 이뤄졌을 때에만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지난 4~7일 전국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교학점제를 위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어려움’(2개 선택)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7.2%가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를 꼽았다. 과도한 다과목 지도 교사 발생 47.6%, 학생 수요 변화에 따른 예측 어려움 36.5%순으로 나타났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며 “충분한 교사 확보와 시설·인프라 확충에 대한 특단의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