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 위로 밀어 올리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스는 죄에 대한 형벌로 매일 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신화 속 인물로 제목을 지은 JTBC 새 수목극 ‘시지프스 : 더 미스’(‘이하 ‘시지프스’)는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결과를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다.
17일 오후 ‘시지프스’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조승우와 박신혜, 연출을 맡은 진혁 PD가 참석해 이날 오후 9시 처음 방송하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지프스’는 JTBC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드라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과 위험에 빠진 그를 구하기 위해 먼 곳에서 온 구원자 강서해(박신혜)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진혁 PD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4년 전 처음 작가들과 기획할 때 한창 핵 위기나 전쟁이 발발한다는 위기설이 있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어떤 재난을 만날 때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 “88년생 한태술 82년생으로 바뀐 이유는…”
드라마의 주인공 한태술은 천재 공학자이자 세계적인 회사의 대표다. 뛰어난 두뇌와 준수한 외모, 재력 등 일견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은 무엇에도 애착이 없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한태술 역을 맡은 조승우가 이수연 작가의 작품이 아닌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박신혜는 미래에서 온 구원자 강서해를 연기한다. 미래에 발발한 전쟁을 막고자, 한태술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두 배우의 섭외에 관해 진혁 PD는 “배수의 진을 치고 캐스팅했다”고 강조했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조승우와 박신혜 만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진 PD는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다가 후반부에 합쳐지는 형식이기 때문에 초반 캐릭터 플레이가 무척 중요하다. 두 분 모두 캐릭터로 시선을 끌며 이야기를 만드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1순위였다. 캐스팅이 안 되면 작품 제작을 관두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승우가 “하지만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한태술이 1988년생이고 키도 183cm라는 설정이어서 나를 찾는 것 같지 않았다. 나이를 82년으로 수정한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농담하자, 진혁 PD는 “사건 중 911테러가 등장해 시점을 맞추려고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 “차원이 다른 박신혜표 액션 기대해주세요.”
한태술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강서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육탄전과 저격술, 폭탄 설치까지 익힌 강인한 캐릭터다. 박신혜는 이번 작품에서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 촬영 한 달 반 전부터 연습에 돌입했다.박신혜는 “미래 분량이 실제로 폐허가 된 명동거리와 황무지를 배경으로 한다. 이런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동화되는 감정이었다. 세트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현재의 나이고, 태술을 만나는 현재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신혜의 연기와 액션을 가까이서 지켜본 조승우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예전에 전설의 왼발잡이였을 때가 있었다”고 너스레를 떤 조승우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액션은 차원이 다르다. 박신혜 씨의 발차기가 대단하다. 나는 액션 연기를 하면서 실려 가기도 했는데, 박신혜 씨는 스피드도 체력도 지구력도 훌륭하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를 방대한 규모로 화면에 구현한 것도 볼거리다. 진혁 PD는 “10주년 특별극인 만큼 JTBC의 돈을 좀 써야겠다고 작정했다”면서 “각 분야의 최고 스태프들을 모아 작품을 진행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견해와 관련 논문, 박람회 등을 토대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운명 속 두 사람,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인물이 과거의 주요 인물을 구하려 하는 것은 시간여행 판타지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과 화려한 액션, 완성도 높은 화면 등도 중요하지만 ‘시지프스’가 담아내는 메시지에 따라 작품의 성격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혁 PD는 “시지프스 신화가 힘든 운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코로나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고민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주인공들은 운명에 대항해 희망을 표현한다.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반복되는 운명 속에서 태술과 서해가 어떻게 미래를 바꿔나갈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오감을 만족하는 드라마, 작은 위안과 희망이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조승우는 관전 포인트는 인물들의 선택이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가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면서 “각자의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 희망을 볼 것인가 어둠을 볼 것인가를 생각하며 시청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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