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 2~3년, 치료제 보험적용 기다리며 보내는 ‘희귀질환자’들

남은 생 2~3년, 치료제 보험적용 기다리며 보내는 ‘희귀질환자’들

기사승인 2021-03-02 09:00:06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지난 2월28일은 세계 희귀질환 날(매년 2월 마지막날)이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발표된 희귀질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636개의 희귀질환에서 5만5499명의 신규환자가 등록됐다.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며 많은 희귀질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삶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건강보험 사각지대의 환자들은 남은 생을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며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 개발된 많은 치료제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어서 치료받지 못했던 이전에 비해 허가절차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조기진단과 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체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개발된 신약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결국 환자는 치료의 기회까지 잃게 된다.

과연 희귀질환은 질환이 희귀한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사회적인 관심이 희귀했던 것일까? 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2019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희귀질환 환자들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진단방랑’을 경험했다. 조사 대상자 중 16.4%의 환자는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4곳 이상의 병원을 다녔다. 

특히 환자들이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희귀질환 치료제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허가된 희귀의약품 중 40%에 가까운 의약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위험분담제(RSA)가 본격 도입된 2014년 전후의 신약 급여등재 비율을 비교해보면, 항암제의 신약급여 등재율은 제도 도입 전 77.1%에서 도입 후 91.7%로 크게 늘었다. 반면 희귀질환 치료제는 71.1%에서 71.4%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위험분담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진행하는 약가 협상의 한 유형으로 적용대상 여부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로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기타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부가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 앞 두 조건을 적용한 약제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하면서 비용효과적인 약제의 경우 이다. 
 
또 급여적정성 평가 결과 비용효과적으로 판단된 약제이나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로 적용 받는 경우 ▲3상 조건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경우도 해당된다. 

그동안 정부는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 기조에 따라,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특례제도 등을 운영,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도모해왔다.  

그럼에도 희귀질환 환자들이 느끼는 치료제 접근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일례로 지난해 8월 희귀질환인 ATTR-CM(정상형 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의 치료제가 허가를 받았으나, 환자들이 언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ATTR-CM은 질환 초기에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한 제품설명서 상에서도 질병 진행에 대해 더욱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ATTR-CM 환자는 치료를 받으려면 심장 또는 간 이식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대체 치료제도 없고 기대여명이 약 2~3.5년밖에 되지 않아 환자들은 치료제를 기다리며 마지막 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신약의 급여 등재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료전문가의 지적은 여전하다. 대안으로 선등재후평가 제도의 도입, ICER 값 조정 등 유연책이 제시됐다. 희귀질환처럼 급여 등재기간이 긴 치료제에 대해서는 질환 특성을 고려한 급여의 별도 트랙 마련과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대책으로 논의되는 선등재후평가 제도는 위험분담제 도입 후 여러 조건과 제한을 둔 것처럼 희귀질환 등 급여가 시급하면서 환자 접근성이 매우 낮은 질환에 제한을 두어 치료제 접근성은 높이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 

신약의 경우 협상기간이 일정기간보다 길어지는 경우에 먼저 보험에 등재하고 후에 평가하여 상환할 수 있는 유연책도 대안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ICER 값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희귀질환 등 급여까지 오래 걸리는 질환에 대해서 현실성을 반영해범위를 정하고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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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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