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 접어야겠네….”
‘디아블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디아블로 II: 레저렉션 최초공개 트레일러’ 댓글란에는 본업을 잠시 내려놓겠다는 유저들의 다짐이 줄을 잇고 있다. 20여 년 전 게이머들의 가슴을 뜨겁게 지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가 올해 말 리마스터(그래픽 등을 재구성하는 것) 버전으로 재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로도 유명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백파더(예능프로그램) 접어야 겠네”라는 댓글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마술사 최현우 역시 “마술 접어야겠네”라며 거들었다. 해당 영상 댓글란은 이밖에도 “운동을 접겠다”, “LoL을 접겠다” 등의 댓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밤을 새워서라도 게임 내 최종 보스인 ‘디아블로’를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달 20일 블리자드는 온라인으로 열린 ‘블리즈컨라인’에서 ‘디아블로2 : 레저렉션’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큰 틀은 유지하되 편의성과 그래픽·사운드 등을 개선할 예정이다.
'디아블로2'는 2000년에 출시된 명작 RPG(역할수행게임)다. 현재까지 공개된 ‘디아블로’ 세 개의 시리즈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이 외산 게임은 출시 당시 글로벌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는데, 출시 1년 만에 패키지 100만장이 판매됐다. 이는 당시 전 세계 판매량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에 대한 3040 세대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80~90년대 생인 이들은 ‘디아블로2 세대’다. 국내 PC방의 부흥과 맞물려 많은 이들이 밤을 꼬박 새워 ‘디아블로2’를 플레이했다. 실제 리마스터 소식이 전해진 뒤 ‘게임메카’가 포털 검색량, PC방 게임접속, 게임방송 시청자 등을 토대로 집계한 게임 순위에 따르면 ‘디아블로2’는 지난 23일 기준, 전주보다 9계단 뛰어오른 36위에 자리했다.
‘디아블로2’ 출시 당시 중학생이었던 조 모(35)씨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게임이 많았는데 디아블로가 나오고 나서는 PC방만 가면 전부 다 디아블로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윈포(윈드포스·아이템)’를 들고 있으면 초등학생들이 게임방 의자 뒤에 한 여섯 명씩 서서 화면을 구경하고 그랬다”며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전교생이 다하는 게임이 ‘리니지’였는데 디아블로가 나오고 나선 양분화 됐다. HOT와 신화의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대를 앞서간 그래픽, 특유의 디테일한 세계관과 몰입감이 인기 비결이었지만, 조 씨는 정보가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도 ‘디아블로2’의 재미를 더 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처럼 ‘스킬트리’, ‘스탯’ 이런 것들이 정형화된 게 없었다. 누가 옆 동네 PC방에 갔는데 ‘레벨 80짜리 아마존 키우는 아저씨가 스킬을 이렇게 찍었더라’하면 따라서 찍고 그런 수준이었다. 지금 하라면 못하지만 당시엔 그렇게도 재밌었다”고 밝혔다.
조 씨는 그러면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예전 ‘디아블로3’가 나왔을 때처럼 오픈런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출시 후 반응을 보고 주말 쯤 접속해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소식에 관심을 보이는 20대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디아블로2’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은 ‘디아블로2: 리저렉션’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려 하고 있다.
올해로 29살인 이 모씨는 “어릴 때라 디아블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의자 너머로 본 것들이 있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버전으로도 출시가 된다고 들었다. 설렌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업계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2017년 1998년작인 ‘스타크래프트’ 및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의 리마스터판을 발표했다. 출시 직후 국내 20~40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PC방 순위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국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가 부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당시에도 올드 유저들의 환호가 컸는데 디아블로의 경우는 더욱 파급력이 클 것 같다”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RTS장르이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디아블로는 핵앤슬래쉬 RPG이기에 올드 유저와 신규 유저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지난해 1월 출시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 버전인 ‘리포지드’는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원작보다 뒤떨어지는 연출, 조잡한 그래픽과 수많은 버그 등으로 비판 받았다. 출시 전 약속했던 추가 요소들까지 실종되면서 ‘집단 환불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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