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로 끝난 윤석열의 검찰개혁…조국·추미애·박범계, 갈등 살펴보니 

사퇴로 끝난 윤석열의 검찰개혁…조국·추미애·박범계, 갈등 살펴보니 

기사승인 2021-03-04 15:55:35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사의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전례 없는 파격인사였다.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윤 총장을 적극 비호했다. 여당 의원들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윤 총장을 칭찬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허니문’은 오래 가지 못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이 불거지며 윤 총장은 정부·여당과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검찰은 당시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했다. 윤 총장 취임에 화환을 보냈던 여권 지지층이 먼저 등을 돌렸다. 일부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 총장을 비판하며 ‘조국수호 집회’를 벌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태현 기자
조 전 장관 사퇴 후 정부·여권과 윤 총장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취임 직후부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른바 ‘추윤갈등’이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배제한 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울산시장 선거개입·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사들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사실상 ‘좌천’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검찰 인사뿐만이 아니다. 추 전 장관은 두 차례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로비의혹 사건’·‘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이 그 대상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개입할 수 있다. 윤 총장은 두 차례의 수사 지휘 모두 수용했다. 다만 라임자산운용 로비 사건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해당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사진=국회사무처
윤 총장과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링 위에 올라 사실상 맞대결을 벌였다. 장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국감)장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검찰 인사와 법무부·검찰총장의 관계, 수사지휘권 발동, 향후 거취 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윤 총장은 “검찰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라임 사건처럼) 충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등 추 전 장관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추 전 장관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다”, “수사지휘권 발동을 적법하고 필요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것”,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고 하는 게 맞다”고 맞받아쳤다.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 인도에 놓인 '윤석열 화환 행렬'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발표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검찰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일선 검사부터 고위직까지 모두 징계 청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정치적 중립 훼손,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판사 사찰 의혹 등의 혐의를 인정해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윤 총장은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사의 표명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윤 총장과 추 전 장관의 행보는 엇갈렸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직 처분을 문 대통령에게 재가받는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윤 총장은 정직 후 9일 만에 대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추 전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먼저 사의를 밝히면 윤 총장이 엄중함과 책임감을 가져주리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의 소통을 꾸준히 강조했다. 그러나 윤 총장과의 갈등은 좁히지 못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에 시동을 걸자 윤 총장은 이를 공개 비판했다. 여권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뜻으로 ‘검수완박’을 신조어로 들고나왔다. 이에 윤 총장은 “검수완박 자체가 부패완판”이라고 맞대응했다. 부패완판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는 뜻이다. 수사권 폐지 관련 비판을 거듭하던 윤 총장은 4일 직을 내려놨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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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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