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LH 직원들의 토지매입, 투자일까 투기일까

[알경] LH 직원들의 토지매입, 투자일까 투기일까

기사승인 2021-03-05 06:10:02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서는 해당 직원들의 행위가 ‘투자’라며 이들을 두둔하는 글이 올라와 여론의 반응이 들끓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H는 물론 일부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이번 [알경]에서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봤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를 따라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기와 투자 ‘한 끗 차이’

우선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이라고 되어 있다.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라고 돼있다.

언뜻 보면 둘 다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방법과 목적에 있어 둘은 완전 다르다. 투자는 투기와 달리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행위인 반면, 투기는 이같은 노력 없이 얻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적 용어로 설명하면 투기와 투자는 ‘생산성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투기는 생산 활동과는 관계없이 오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실물 자산이나 금융 자산을 구입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반면, 투자는 생산 활동과 관련되는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부동산을 구입할 때 그곳에 공장을 지어 상품을 생산할 목적을 지닌 경우는 투자가 될 수 있다. 그 곳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부동산 가격의 인상만을 노려 일정 기간 후에 이익을 남기고 다시 팔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 투기 행위가 된다. 정부의 규제도 양도차익과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해당 토지에는 관리가 필요 없는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LH 직원들은 투자일까 투기일까

LH 임직원 구매 의심 토지 현황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들이 신도시 발표 전 정보를 입수하고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된다. 이 경우 명백한 투기다.

문제가 된 경기 시흥 과림동의 한 논은 지난 2019년 6월3일 두개로 나뉘어 5명의 LH 임직원들에게 팔렸다. 이 중 3996㎡는 직원 4명이 15억1000만원에 공동 매입했고, 2793㎡는 직원 1명이 다른 지인과 함께 10억3000만원에 매수했다. 

현재 3996㎡ 논을 산 직원 2명은 33.3%씩, 나머지 2명은 절반인 16.6%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3명은 인근 LH 과천의왕사업단의 한 부서에 있는 직장 동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2793㎡ 논을 구입한 직원은 과거 수도권 신규 택지를 추진하는 사업단의 단장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996㎡ 논을 사는 데 동참한 한 직원은 지난해 2월 27일 과림동의 밭에 투자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을 포함한 6명과 5025㎡ 크기의 밭을 22억5000만원에 사들인 것. 이 필지는 이후 네 필지로 나눠졌는데, 모두 LH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000㎡ 크기다. 이 곳에는 묘목 2000그루도 심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농지의 경우 토지 수용 보상비가 높으나 농사활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묘목을 심어 벌금을 피하면서 농지 용도를 유지하는 것.

일부 직원들은 거액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이용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를 산 직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단행하기 어려운 투자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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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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