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유저들의 ‘대이동’이 발생했다. 이른바 ‘메난민’으로 불리는 이들의 행선지는 스마일게이트의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로스트아크’다. ‘로스트아크’ 측은 몰려든 난민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메난민’은 ‘메이플스토리 난민’의 줄임말이다. 넥슨의 대표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추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유저들에게 받고 있다. 책임자가 “확률 조작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보상안도 제시했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대안을 찾아 헤매던 유저들이 피난처로 선택한 곳이 바로 ‘로스트아크’다.
지난해 8월 시즌2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수에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로스트아크’는 ‘메난민’들의 합류로 2018년 출시 당시의 열풍을 재현하고 있다. 기존 이용자들이 초보자들에게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서버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중이다. 미디어웹이 운영하는 PC방 게임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3일 기준 ‘로스트아크’의 점유율은 전달 대비 23% 상승하며 10위를 기록했다. 일간 점유율은 6위에 올랐다.
갑작스런 손님맞이에 ‘로스트아크’ 측도 분주해졌다. 지난달 25일 다운로드 서버를 증설했고, 지난 1일에는 유저 증가로 생긴 서버 접속 대기열을 완화하기 위해 ‘루페온’ 서버에 신규 캐릭터 생성을 제한했다. 3일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서버 수용량 확장 조치를 적용했다.
‘난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광경도 연출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 비해 ‘로스트아크’는 상대적으로 유료 결제의 필요성이 적다. ‘확률형 뽑기’ 없이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아바타,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치장 아이템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메이플 유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예 ‘로스트아크’에 정착하겠다는 유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유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제 메이플은 남”이라며 “스테이크를 먹다보니 김밥 먹던 시절이 그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스트아크’가 주목 받으면서 개발진들의 지난 행보도 덩달아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간 ‘로스트아크’ 개발진들은 유저들의 요구 사항을 게임에 적용시키는 등 꾸준히 소통을 이어나갔다. 유저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개발진들에게 최근엔 이용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커피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게임 업계에서의 트럭은 흔히 항의 메시지를 담은 시위 용도로 쓰인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정말 많은 게임인데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유저분들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좋은 콘텐츠와 운영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저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이번 사례가 업계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의원실은 “게임은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게임사가 유저들을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게 만들려면 유저들이 이런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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