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죽음 기억하라”... ‘여성의 날’ 울려 퍼진 목소리는 

“20대 여성 죽음 기억하라”... ‘여성의 날’ 울려 퍼진 목소리는 

기사승인 2021-03-08 14:22:56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인 8일을 맞아 시민·사회단체에서 여성노동·폭력 등과 관련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화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폐해진 여성의 삶을 국가에서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여성연대는 이날 코로나19 속 양육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공적 돌봄의 확대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되거나 가장 위험한 위치에서 감염병과 싸워야 했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을 요구한다. 가사노동은 결코 사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등교수업 확대와 차별 없는 공적 돌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으로 구성된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날 투쟁 충북기획단'이 충북도청 앞에서 여성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의 위치가 더욱 취약해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방역의 최전선에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섰고 위험을 감수하는 불안한 노동을 도맡아왔다”면서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가난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여성고용대책은 고용절벽에 놓인 여성에게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있느냐”며 “정부는 여성들의 노동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여성의날 기념행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의 모든 노동자가 힘들었으나 여성 노동자들은 더 혹독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에게 불합리하게 전개된 사회구조를 타파해 유리천장과 같은 차별적 관행과 지속해서 발생하는 직장 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가정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피해자가 최소 97명이라고 발표했다. 살인미수 등을 포함하면 여성 피해자는 총 228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으로 확인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랑싸움’, ‘애정표현’ 등의 이름이 붙어 정상화됐다. 기상천외한 사법부의 판결 역시 큰 역할을 한다”며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가해자는 당당해질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관련 법체계를 점검하고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하는엄마들과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은 같은 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남성은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반면 여성 자살자 수는 4.8% 늘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사망자 수는 지난해 대비 43%나 증가했다. 

페미니즘 창당모임은 “우리가 체감하는 문제는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닥친 ‘조용한 학살’”이라며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각자도생하며 버티던 청년 여성들이 재난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소속이 이어지는데 정부는 무슨 염치로 출산을 장려하느냐”며 “출생률을 올리려고 하기 전에 자살률을 낮추려고 노력하라. 부당한 죽음을 막는 데 집중하라”고 이야기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박효상 기자
여성혐오와 성착취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아직도 가해자 일본의 사실인정과 진상규명, 공식사죄와 법적배상,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과 실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거나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당연했다는 식의 극악한 논리가 국내외 연구자들에 의해 설파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앞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논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성노동자’, ‘매춘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문의 근거로 쓰인 매춘 계약서 등에 대해서는 “사실 없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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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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