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더니] “사업명만 바뀌었을 뿐 투기는 계속돼왔다”

[들어봤더니] “사업명만 바뀌었을 뿐 투기는 계속돼왔다”

"투기 의혹 사실일 경우 개발 전면중단 요구할 것"
"국토부‧LH, 주민 이주대책 관심無…사업 속도만 신경"
송전탑 토지주 보상 관련 논란도

기사승인 2021-03-11 06:00:02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하남 서부농협.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신도시, 도시개발사업, 보금자리주택지구 등 이름만 바뀌었지 공직자, 공무원 투기사업은 계속돼 왔다”

이강봉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은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하남교산지구에도 투기가 없으란 법이 없다. 의심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가 위치한 서부농협 앞 도로 양옆으로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팻말이 즐비하다. 사진=조계원 기자

쿠키뉴스는 10일 경기도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를 방문했다. 최근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3기 신도시 전체로 퍼지면서 그중 하나인 하남교산 지구에서도 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되어서다. 앞서 본지는 지난 2018년 12월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지정된 하남 교산지구 교산동·천현동·춘궁동·하사창동 일대 토지실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10여 건의 의심사례가 발견됐다. 

이날 농협은행 2층에 위치한 위원회 사무실 앞 도로에는 ‘사유재산 강탈하는 LH공사, 하남도시공사는 지장물조사 최소하라’ ‘우리는 토지보상, 지장물 보상 필요없다, 전면 취소하라’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하남교산 주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라’ ‘임차인 이주 및 생활대책 마련하라’ ‘소외되는 영농임차인 생존권 보장하라’ 등 전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모습. 사진=안세진 기자

사무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2018년 12월 하남교산 지구가 신도시로 지정됐다”며 “이전에는 200여건 정도에 그치던 거래가 발표 시점엔 400건이 넘어섰다. 내부에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움직였다고 본다”고 투기를 의심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토지거래 통계에 따르면 하남시의 순수토지 거래량은 하남교산 3기 신도시 발표가 있던 2018년 12월 472필지를 기록해 전달(228필지) 대비 확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땅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LH는 공익 명분으로 사익추구를 했다”며 “정부 조사를 통해 LH 등 관계자들의 투기가 확실시 될 경우 현재 개발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모습. 사진=안세진 기자

이들은 투기 의혹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 ▲송전탑 토지보상 등을 이유로 개발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신도시 대책을 냈는데 그럼 이곳 주민들은 국민이 아니란 소리냐”며 “오래전부터 여기 살던 사람들은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인근 땅값은 두 배 이상 올라 보상금을 받아도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LH는 주민 이주대책에 대해 몇 년째 묵묵부답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하남시에서는 이곳 용지를 활용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임시거처를 마련한 뒤 토지조성이 완료되면 재정착할 수 있게끔 협의 중에 있다”면서도 “정작 LH는 이주대책에 대해 몇 년째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에도 신도시 담당 사업자가 있을 거다. 국토부와 LH 조직 내 보상팀에서는 이주대책에 대해 알려주고 이에 대해 주민은 협상할 권리가 있지 않냐”며 “현재 보상팀은 하루빨리 지장물 조사하고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토로했다.

▲LH 직원의 투기가 의심되는 부지 인근에 심은지 얼마 안되는 묘목이 관찰됐다. 사진=안세진 기자

고압전선이 지나가는 토지인 선하지 보상금 문제도 논란이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을 설치하면서 해당 토지주들에게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일종의 보상금인 셈이다. 그러던 중 해당 토지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됐고, LH는 토지주들에게 보상금을 제시했다. 문제는 LH가 보상금을 산정할 때 기존 땅값에서 그동안의 송전탑 사용료 가치만큼을 차감한 금액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압전선을 설치한 해당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피해보상 차원에서 사용료란 명목으로 한전이 보상해주는 돈이 있다. 해당 돈은 토지로 등기거래가 되어 있다”며 “그런데 LH는 사용료에다가 지가상승에 따른 금액을 포함시켜 보상을 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이 사용료를 준만큼 사용한 연도까지만 빼고 나머지를 지급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를 공시지가 오른 만큼 더해서 LH가 가지고 있는게 이해가 안간다. 한전이 해결해야할 문제인데 LH가 왜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선하지 보상금을 두고 LH와 지역주민과의 마찰이 진행 중이다. 사진=안세진 기자

한편 하남교산 신도시는 경기 하남 천현동·향동·하사창동·교산동·상사창동·춘궁동·덕풍동·창우동 일대 631만4121㎡ 부지를 말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해당 부지에 주택 3만4000호를 짓겠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는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 하남도시공사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