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율 99%라더니… 게임업계 자율규제 허울뿐이었나

준수율 99%라더니… 게임업계 자율규제 허울뿐이었나

기사승인 2021-03-12 06:00:15
그림=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자율규제를 외치던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 격인 넥슨은 최근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의 구체적인 정보를 뒤늦게 공개해 논란이 됐다. 애초에 확률이 0%였던 아이템 능력치를 구체적인 공지 없이 10여 년간 판매한 것인데, 이용자들은 일종의 ‘사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이은 악재로 빈사 상태가 된 넥슨과 더불어 게임업계의 위기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게임법 개정안)’에 맞서 싸울 명분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는 지난 2014년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아이템 습득률 공시를 골자로 하는 자율규제를 도입해 법제화를 피한 바 있다.

업계는 개정안이 발의된 최근까지도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지난달 26일 ‘바람직한 자율규제’를 주제로 연 온라인 세미나에서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의장은 “게임협회 비회원사까지 포함한 준수율이 최근 80%까지 올라왔다”며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낮고 법적규제는 실효성이 높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GSOK 산하 자율규제평가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12월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공시에 대한 국내 게임사 준수율은 99%다.

하지만 최근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자율규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자율규제로 이미 확률 공개를 하고 있는데, 법제화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지적에 ‘강제성과 자율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은 “확률이 0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확률이 일정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사태에서 자율규제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법을 통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진행한 등급분류가 온전한 신뢰를 받기는 힘들어졌다”며 “진통이 있겠지만 결국엔 정부 규제와 자율 규제가 혼용된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템 확률 의무 공개는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요 게임사도 조금씩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넥슨은 기존에 공개한 캡슐형 아이템(뽑기)은 물론 ‘유료 강화/합성류’ 정보까지 전면 공개하고, 유저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주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까지 확률을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시스템은 연내 적용을 목표로 한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NC소프트와 넷마블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 수렴 후, 점차적인 정보 공개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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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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