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경찰청은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력범죄수사대 7개 팀을 대거 현장에 투입했다. 문제는 인력 충원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경찰은 석씨 진술에만 의존한 탓에 친모가 밝혀진 뒤 12일이 지나도록 사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증거인멸의 시간만 벌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사건 주요 관련자들은 입을 모아 석씨의 임신, 출산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석씨 남편은 지난 20일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아내가 임신했다면 배가 나오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임신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하루도 집을 비운 적이 없는데 애를 낳은 걸 모르겠냐”면서 DNA 결과에 대해서도 “99.9999% 확률로 맞다고 들었다. 0.01% 아니면 0.00001%라도 오류가 나올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9일에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 에서도 출산 직전과 직후의 석씨 사진과 입었던 옷 등을 보여주며 “내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다. 오보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석씨 큰딸 역시 동생 김모(22)씨가 임신한 것은 봤지만 엄마가 임신한 것은 못봤다고 주장했다.
석씨는 DNA 검사를 4차례나 실시한 뒤에도 출산 및 아이를 바꿔치기 한 사실을 줄곧 부인하고 있다. 방송에서 공개된 수감 중 남편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따르면 석씨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라며 “진짜로 결백하다.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프로파일러를 3명이나 투입했으나 석씨 자백을 받아내는데 모두 실패했다. 경찰은 석씨와 택배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택배기사까지 주변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해 검사했다. 그러나 숨진 여아 친부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따르면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가 아닐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국과수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총 4차례에 걸쳐 검사를 진행했기 대문에 오차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국과수 대구과학연구소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개인적으로는 오차 확률이 1조분의 1 이하라고 판단한다”다고 잘라 말했다.
명백한 과학적 증거에도 석씨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임신거부증’ 가능성을 제기한다. 임신거부증이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석씨가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임신 관련 진찰을 받은 기록이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더 큰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현재 석씨에게는 딸의 아이를 빼돌린 미성년자 약취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아이가 사망했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숨진 여아에 관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 책임이 석씨에 더해질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방송에 나와 “(석씨가)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니까 사생결단으로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겠냐”면서 “먼저 석씨가 출산했느냐를 입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딸이 낳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를 입증해야 한다). 두 가지를 꼭 풀어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찰은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숨진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김씨가 홀로 숨진 여아를 키우다가 재혼 등을 이유로 3세 딸을 수 개월간 빈집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초 발견자는 당시 석씨였다. 수사당국은 석씨가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을 한 뒤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출산했고 이후 큰딸이 비슷한 시기 출산하자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본다.
전문가는 석씨의 출산을 도운 인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석씨는 출산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나이대가 아니다”라며 “분명 병원에 갔을 것이고, 출산에 도움을 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친부인지, 아이를 어떻게 출산했는지 등 여부”라고 짚었다.
석씨와 큰딸 김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 연구위원은 “아이가 발견되고 난 다음 석씨가 김씨에 전화해서 ‘내가 아이를 치울게’라고 얘기 했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두 사람이) 완전 절연된 관계가 아니라 둘 사이에 어느정도 인적 유대관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김씨를 상대로 피해자 심문을 더 한다거나 석씨와의 관계에 대해 더 추궁한다면 이 사건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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