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매달아 끌고, 3층 창문서 밀고…갈 길 먼 동물 보호

차 매달아 끌고, 3층 창문서 밀고…갈 길 먼 동물 보호

기사승인 2021-03-26 15:46:45
동물자유연대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처벌 강화만으로 학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동물을 ‘재물’로 분류한 민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연대’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참혹한 동물 학대 사건을 알렸다. 동물보호연대는 전날 SNS를 통해 ‘차에 묶여 죽은 채로 끌려다닌 빨간 발의 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동물보호연대는 ”지난 7일 경북 상주시 모서면 국도에서 차량 뒤에 개를 목 매달아 끌고 다니다 죽게 했다는 제보를 접수 받았다”면서 “동물학대 사건이 분명하다고 판단해 경북 상주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연대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뒷편에 끈으로 목이 묶인 개가 끌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제보한 A씨는 “한 차량이 개의 목을 끈에 묶어 뒤편에 매단 채 시속 60~80km로 달리는 모습을 목격해 뒤를 쫓았다”면서 “학대 차량이 지나간 길에는 피가 흥건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차량이 잠시 정차한 틈을 타 확인해보니 개는 네 발이 모두 뭉개져 보랏빛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이미 죽은 것인지 미동조차 없는 처참한 상태였다”고 참담해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 페이스북 캡처.

고등학생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3층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사건도 있었다.

23일 동물권 단체 ‘케어’에 따르면 지난 20일 고등학생이 반려 고양이를 밤새 3층 높이 창문틀에 방치한 후 다음날 손으로 밀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케어 측은 고양이는 버려진 물건과 가구, 쇠붙이 등이 쌓인 1층 바닥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배쪽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면 죽었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현재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학대 사건은 여전히 빈번하다. 동물 유기와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강화됐다.

허점은 여전하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반려 동물이 학대 당하거나 사망할 시, 피의자에게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반려동물 가격과 상해 정도 등을 근거로 피해 규모가 산정된다.
포항에서 20대 견주가 목줄을 잡고 강아지를 돌리는 모습. 동물권 단체 ‘캣치독’ 제공

학대한 반려인에게서 반려동물을 강제로 분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반려인의 동물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경북 포항시에서 목줄에 매달린 반려견을 공중에서 마구 돌려 ‘쥐불놀이 학대’ 논란을 일으킨 20대 견주는 끝까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포항시의 격리 보호 조치를 받고 있던 강아지는 자신을 학대한 주인에게 다시 되돌아갔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소율은 10%대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9년 동안 13배로 급증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년~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304명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고 실형 선고는 10명에 그쳤다.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 논의는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 9일 반려동물을 물건과 구별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물이 사유재산이 아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동물권 단체는 민법 개정으로 당장 동물학대가 줄지는 않겠지만 동물 생명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한 동물법 체계정비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동물의 비물건화는 ‘동물은 물건’이라는 그릇된 명제로부터 탈피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헌법상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개헌 추진의 근거가 될 수 있고 국회에서 수차례 폐기된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 입법논의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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