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공개 촉구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2일 오전 기준 22만8000여명이 서명했다.
지난 28일 글을 올린 청원인은 “하루에도 여성이 수십명씩 죽어간다”면서 “‘안 만나줘서’, ‘그냥’, ‘약하니까’ 등등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에 노출돼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기사가 점점 올라오지만 세상은 왠지 조용한 것 같다”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가해자의 신상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오후 9시10분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는 자해 후 쓰러져있던 A씨가 함께 발견됐다. 그는 23일 세 모녀의 아파트를 찾아 당시 집에 있던 작은딸과 귀가한 어머니를 잇달아 살해했다. 1시간 가량을 기다려 큰딸도 해쳤다. 이후 A 씨는 사건 현장에서 3일간 머물며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 시도를 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의자인 A씨(25)는 피해자 중 큰딸 B씨(24)와 온라인 게임 단체 대화방을 통해 알게됐다. 대화방 구성원들이 정모(동호회나 인터넷 카페 회원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일) 형식의 모임을 논의하던 중 첫번째 정모에 참석한 뒤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경찰은 본다. 경찰은 A씨가 이 모임에 참석한 뒤 B씨 뒤를 몰래 밟아 자택 위치를 파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큰딸 B씨를 스토킹했다는 취지의 메신저 내용 등 자료와 진술을 확보했다. B씨는 지난 1월 말부터 자신의 지인들에게 ‘집 주소를 말해준 적도 없는데 A씨가 찾아온다’, ‘진짜로 많이 무섭다’, ‘집에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B씨는 자신이 A씨의 전화를 계속 피하자 A씨가 집 앞에서 8시간이나 기다려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했다고도 언급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별로 설치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경찰, 변호사, 의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0년 4월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 경우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조건을 갖추면 피의자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전주·부산 등지에서 여성들을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최신종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2018년 10월 발생한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의 경우 공개 요건에 부합하고 유족이 원하는데도 경찰이 피해자인 세 자녀 신상 노출을 이유로 신상 공개를 꺼려 의문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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