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강한결, 김찬홍 기자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어워드’ 결과가 6일 발표됐습니다. LCK 어워드는 각 시즌마다 빼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를 선정,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도입된 시상 제도입니다. 아직까지 마땅한 시상식이 없는 LCK의 상황에서, LCK 어워드 수상 이력은 선수의 가치 및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무게를 지닙니다. 따라서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퍼스트팀’과 리그 최고의 선수를 기리는 MVP 투표는 신중함을 요합니다.
LCK 정기 취재 매체인 쿠키뉴스는 지난 시즌에 이어 투표권 한 장을 부여 받았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투표에 임하기 위해 세 명의 기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우리 매체는 나름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기량의 우월을 쉬이 가리지 못하는 경우 팀 성적에 가산을 뒀습니다. 선수의 팀 내 비중, 포지션 경쟁자와의 상대전적 등도 고려했습니다. 팀 게임, 그리고 시상의 특성상 인게임적 지표로만 투표를 할 수 없기에 주관을 아예 배제할 순 없었습니다.
LCK 어워드 결과를 놓고 팬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압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쿠키뉴스의 투표 근거와 배경을 전하고자 합니다.
◇ 탑라이너
1위 표 : 담원 기아 ‘칸’ 김동하
2위 표 : 젠지e스포츠 ‘라스칼’ 김광희
3위 표 : DRX ‘킹겐’ 황성훈
4위 표 : 리브 샌드박스 ‘서밋’ 박우태
5위 표 : 한화생명e스포츠 ‘모건’ 박기태
1위 표를 던지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은퇴를 결심했다가 올 시즌 담원 기아에 합류한 김동하는 ‘너구리’ 장하권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올 시즌 담원 기아가 보다 단단한 팀으로 성장한 것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동하가 합류한 덕이 크다고 봤습니다. 김동하의 개인 지표도 상당히 좋습니다. ‘사이온’ 등을 꺼내 탑 메타를 선도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2위 표에 앞서 김광희와 황성훈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김광희는 막바지 다소 흔들렸지만 1라운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더 성장한 그는 젠지 초반 상승세의 주역이었습니다. 2라운드 막바지 젠지가 담원 기아를 잡는 등 폼을 끌어올린 것도 김광희의 부활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봤습니다. 황성훈의 경우엔 매우 지표가 뛰어났습니다. 15분 골드 지표, 크립스코어(CS) 지표 모두 상위권이고 킬 관여율과 팀 내 대미지 비중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젠지가 올 시즌 2위를 기록한 것에 가산을 줬습니다.
소속팀 리브 샌드박스는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박우태는 상위권 탑라이너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라인전 지표도 매우 훌륭하고, 팀 내 비중도 높습니다. 리브의 막바지 스퍼트 중심에는 박우태가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박기태는 초반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후 단단한 게임 운영으로 한화생명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했다고 판단, 5위 표를 던졌습니다.
◇ 정글
1위 표 : 담원 기아 ‘캐니언’ 김건부
2위 표 : DRX ‘표식’ 홍창현
3위 표 : 농심 레드포스 ‘피넛’ 한왕호
4위 표 : 젠지e스포츠 ‘클리드’ 김태민
5위 표 : T1 ‘엘림’ 최엘림
정글러 역시 최고의 선수를 뽑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현재 리그에서 김건부 만큼 안정적이고 파괴적인 정글러는 없습니다.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인 선수입니다.
홍창현 선수는 팀 내 대미지 비중, 킬 관여율에서 높은 지표를 갖고 있는 정글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올 시즌 리그의 메타를 선도했다는 데 매우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그의 첫 ‘우디르’ 플레이는 LCK와 더불어 세계 각 리그 정글러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믿습니다. 이밖에도 2년차 신인에 불과한 그가 신예 선수들을 이끌고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왕호와 김태민을 놓고는 고민이 깊었습니다. 소속팀 젠지가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김태민은 올 시즌 각종 개인 지표에서는 중위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무난한 활약을 보여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를 향한 기대치는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왕호는 ‘역시넛신’이라는 칭호답게 팀 내에서 높은 비중과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각종 지표도 리그 상위권입니다. 소속팀인 농심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기 때문에, 팀 성적에서도 큰 마이너스 점수를 받지 않았습니다.
최엘림의 경우는 경기 출전 수가 22경기로 적지만 나쁘지 않은 지표를 보여줍니다. KDA가 6.8로 가장 높고, 초반 골드 보유량에서도 상대 정글러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등 초반 변수 창출에 능했습니다. 후반 집중력과, 성장 대비 활약상이 아쉬웠다는 점이 발목을 잡지만 불규칙한 출전 기회에도 가장 기복이 적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한 번도 풀타임을 치르지 못한 어린 선수이지만, 군데군데 노련한 모습을 보인 점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 미드라이너
1위 표 :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
2위 표 : 한화생명e스포츠 ‘쵸비’ 정지훈
3위 표 : 젠지e스포츠 ‘비디디’ 곽보성
4위 표 : T1 ‘페이커’ 이상혁
5위 표 : 리브 샌드박스 ‘페이트’ 유수혁
허수와 정지훈은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1위 표를 받을 선수를 정하기 수월했습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담원 기아의 허수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올 시즌의 허수는 완성형 미드라이너에 가까웠습니다. 라인전이면 라인전, 운영이면 운영.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협곡을 주물렀습니다. 이상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LCK 스타는 허수가 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정지훈은 미드라이너의 낭만 그 자체입니다. 그에게 슈퍼 캐리는 하루 한끼 식사처럼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올 시즌 그가 없었다면 한화생명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 도전은 매우 힘든 여정이 됐을 겁니다.
곽보성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한 미드라이너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 개인 퍼포먼스, 팀 성적 등을 감안했습니다. 이상혁은 여전히 자신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팀을 위기로부터 건져냈습니다. 지표도 상위권 미드라이너에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유수혁은 우리 매체가 올 시즌 가장 주목한 미드라이너 중 한 명입니다. KDA, 팀 내 대미지 비중, 킬 관여율, 15분 골드 지표 등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습니다. 소속팀 리브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허수, 정지훈, 곽보성 등과 어깨를 견줄 만한 선수로 분류했을 겁니다.
◇ 원거리딜러
1위 표 : 젠지e스포츠 ‘룰러’ 박재혁
2위 표 : 담원 기아 ‘고스트’ 장용준
3위 표 : T1 ‘테디’ 박진성
4위 표 : 한화생명e스포츠 ‘데프트’ 김혁규
5위 표 : 농심 레드포스 ‘덕담’ 서대길
원거리 딜러 포지션은 가장 고민이 깊었던 분야였습니다.
1위 표와 2위표, 3위 표와 4위 표를 놓고 세 명의 기자가 수분을 토론했습니다. 장용준과 박재혁은 각각 1, 2위 팀에 속한 선수들인 만큼 팀 성적에 의한 가산으로만 우열을 가리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대전적도 1대 1, 세트 스코어 역시 3대 3로 동일해 이 부분도 변별력을 주지 못했습니다. 지표 역시 초반은 박재혁이, 후반에는 장용준이 강점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어느 포지션보다 주관적인 관점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논의 끝에 내부에서 다수결로 주인공을 가리기로 결정, 박재혁이 2표, 장용준이 1표를 받아 ‘퍼스트팀’의 주인공이 탄생했습니다.
박진성과 김혁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습니다.
박진성이 시즌 중후반 보여준 퍼포먼스는 압도적이었습니다. KDA, 분당 골드 획득, 팀 내 대미지 비중, 킬 관여율, 분당 대미지 등 각종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달립니다. 올 시즌 출전 경기수가 20회에 불가하다는 점에서 1, 2위 표를 받지 못했지만 김혁규와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3위 표의 주인공으로 낙점했습니다. 김혁규는 한화생명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선수지만 2라운드 들어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인 점이 아쉬웠습니다.
서대길은 올 시즌 가장 일취월장한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서대길이 없었다면 농심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힘들었을 겁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 서포터
1위표 : T1 ‘케리아’ 류민석
2위표 : 담원 기아 ‘베릴’ 조건희
3위표 : 한화생명e스포츠 ‘뷔스타’ 오효성
4위표 : 젠지e스포츠 ‘라이프’ 김정민
5위표 : 농심 레드포스 ‘켈린’ 김형규
올 시즌 류민석은 ‘역천괴(역대급천재괴물)’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순간적인 변수 창출 능력, 이니쉬 능력이 발군이었습니다. T1의 팀 사정상 합을 맞추는 동료들의 면면이 지속적으로 변함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T1이 올 시즌 바텀 중심의 게임을 펼칠 수 있었던 건 류민석의 덕이 컸다고 봅니다.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 포인트도 조건희 보다 앞서 있고, 각종 지표에서도 뛰어난 수치를 보여준 점에 1위 표를 던졌습니다.
비록 2위 표를 받았지만 조건희 역시 창의적인 플레이를 수차례 보여줬습니다. 그는 담원 기아의 ‘가속 엔진’입니다. 그의 발이 풀리면 게임이 걷잡을 수 없이 담원 기아의 분위기로 흐른다는 것을 올 시즌에도 보여줬습니다. 다만 후반기 퍼포먼스에서 다소 아쉬웠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오효성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렐’의 숙련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불리한 경기를 과감한 이니쉬로 반전시키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험만 더 쌓인다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사파 서포터’로 통하는 김정민의 경우 올 시즌 메타 변화로 인해 ‘세트’ 등의 시그니처픽을 자주 사용하지 못해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팀 성적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위에 열거한 서포터를 능가하는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몰라보게 성장한 김형규는 올 시즌 농심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습니다.
◇ MVP
1위 표 :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
2위 표 : 담원 기아 ‘칸’ 김동하
3위 표 : 담원 기아 ‘캐니언’ 김건부
4위 표 : 한화생명 ‘쵸비’ 정지훈
5위표 : T1 ‘케리아’ 류민석
MVP는 반드시 우승팀에서 배출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쿠키뉴스는 메타를 떠나 LoL은 결국 ‘미드 게임’이라고 봅니다. 좋은 정글러 역시 좋은 미드라이너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허수에게 표를 던진 이유입니다. 2위 표의 주인공으로 김동하를 선택한 것은 그가 장하권의 이적으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았고, 팀 내·외적으로 걸출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김건부 역시 이에 못지않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지만 2명의 기자가 김동하의 손을 들어줘 3위에 자리했습니다.
정지훈은 ‘퍼스트팀’에 들지 못했지만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수차례의 원 맨 캐리로 한화생명에게 승리를 안겨준 점도 높게 평가합니다. 류민석은 5위 표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T1이 시즌을 4위로 마감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큰 기복 없이, 빈번하게 슈퍼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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