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DRX, 두 개의 태양은 공존할 수 있을까
작년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에 진출하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던 DRX는 올 시즌에 앞서 대형 악재를 맞았다. 팀의 주축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도란’ 최현준, ‘케리아’ 류민석이 대거 이적을 선택했다. ‘씨맥’ 김대호 감독마저 과거 그리핀 시절 선수들에게 폭언‧폭행을 한 혐의로 5개월 자격 정지를 받으면서 시즌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DRX는 팀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로 ‘쏭’ 김상수 감독 대행을 선택했다. 김 감독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무성 코치와 함께 리빌딩에 돌입했다. ‘킹겐’ 황성훈과 ‘표식’ 홍창현을 중심으로, 육성군에서 올린 ‘솔카’ 송수형, ‘바오’ 정현우, ‘베카’ 손민우로 라인업을 꾸렸다.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DRX는 1라운드 초반 무서운 상승세로 리그를 주름잡았다. 강한 라인전 능력을 지닌 황성훈과 홍창현의 호흡이 빛났다. 특히 올해로 데뷔 2년차를 맞이한 홍창현은 경기 내외적으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우디르’ 플레이로 리그의 메타를 선도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육성군에서 올라온 신예들도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내면서 상위권에 자리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황성훈과 홍창현 중심의 전략이 간파당하며 팀이 흔들렸다. 신인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곳곳에서 노출됐다. 결국 정규리그를 5연패, 5위로 마무리했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도 T1에게 1대 3으로 패하면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DRX의 서머 시즌 전망은 밝다. 황성훈과 홍창현은 최상위권 선수들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신인들 역시 다전제를 치르는 등 경험을 쌓았다. 한 시즌을 같은 멤버 구성으로 꾸준히 달려온 만큼, 다음 시즌에는 한층 더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령탑 교통정리는 고민거리다. 김상수 감독 대행의 거취를 결정해야 될 시간이 왔다. 김대호 감독은 로스터 등록을 앞두고 징계가 끝난다. 서머 시즌부터는 팀에 합류할 수 있다. 순리대로라면 김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공이 명확한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수준급 지도력을 갖춘 김 감독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둘 모두와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두 개의 태양이 공존할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DRX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만남을 갖고 신중하게 얘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6. 덕담 장군님, 농심 레드포스
농심 레드포스에서 올 시즌 가장 빛났던 선수는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이었다. 지난 해 LCK에 데뷔해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던 그는, 올 시즌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그와 하단 라인에서 호흡을 맞춘 ‘켈린’ 김형규 역시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주목 받았다. 중국 리그에서 뛰다가 합류한 ‘피넛’ 한왕호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농심의 주축이었던 ‘리치’ 이재원은 초반 다소 흔들렸지만, 시즌 막바지 본궤도에 오르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데뷔 시즌을 치른 ‘베이’ 박준병은 자신에게 달린 물음표를 떼어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그의 올 시즌 지표는 리그 하위권이다. 박준병의 분발이 더해진다면 농심의 서머 시즌은 더욱 맵고 뜨거워질 수 있었다.
7. 저력 보여준 KT 롤스터
KT 롤스터는 스토브리그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과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접촉했던 대형 매물들과는 막바지에 협상이 결렬됐다. 강동훈 감독의 노력으로 ‘도란’ 최현준, ‘하이브리드’ 이우진, ‘블랭크’ 강선구 등을 영입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하위권에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치른 ‘케스파컵’에서 4강에 진출한 KT는 정규리그에선 ‘유칼’ 손우현의 각성과 강선구의 노련미를 앞세워 4승 5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팀 호흡만 개선된다면 2라운드엔 상위권을 노려볼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2라운드부터 힘이 급격히 빠졌다. 강선구를 돌연 1군에서 말소하며 ‘기드온’ 김민성을 투입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운영능력과 전반적인 경기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손우현의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졌고, 이우진과 ‘쭈스’ 장준수의 기량이 바닥을 치면서 6연패 늪에 빠졌다. 막판에 투입된 미드라이너 ‘도브’ 김재연이 분전하며 플레이오프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이기도 했지만, 농심 레드포스가 6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저력을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명가 KT에겐 분명 아쉬운 성적표다. 서머 시즌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시급하다.
8. 여름을 주목하세요, 리브 샌드박스
1라운드 시작부터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 친 리브 샌드박스는 2라운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탑 라이너 ‘서밋’ 박우태가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맹활약했고, ‘온플릭’ 김장겸을 대신해 출전한 신예 정글러 ‘크로코’ 김동범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페이트’ 유수혁은 최상위권 미드라이너에 버금가는 기량을 보여줬고, T1에서 합류한 ‘에포트’ 이상호 역시 기복을 한층 줄인 모습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김목경 감독이 휴식기 동안 영입한 원거리 딜러 ‘프린스’ 이채환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쳐주면서 2라운드 막바지엔 젠지를 2대 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리브는 시즌 막바지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펼쳤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일격을 맞으며 최종순위 8위로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서머 시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리브다. 첫 단추만 잘 꿴다면 상위권 경쟁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9. 여기 있을 팀이 아닌데… 아프리카 프릭스
올 시즌을 앞두고 아프리카 프릭스를 하위권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상단부터 하단까지 체급이 낮다고 평가 받는 라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프리카는 올 시즌 경기 시작 후 15~25분까지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리드를 잡아 전령과 드래곤 등 오브젝트도 곧잘 챙겼다.
그런데 경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 거짓말처럼 자멸했다. 선수간의 불협화음과 미숙한 운영 능력이 시즌 막바지까지 발목을 잡았고 한 땐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시즌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 위안이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절정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던 리브 샌드박스를 2대 0으로 완파하며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은 선수들에겐 매우 가혹한 시간이었다.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은 매체 인터뷰에서 “힘든 스프링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다”며 “오늘 이겨서 조금이라도 희망을 본 것 같다. 서머 때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한얼 감독이 그간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아프리카가 서머 시즌엔 다시금 강팀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10. 신입치곤 잘했어, 프레딧 브리온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첫 시즌인 올해 LCK에 입성한 프레딧 브리온은 유력한 최하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분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최우범 감독의 지휘 아래 ‘엄티’ 엄성현을 비롯한 베테랑과 ‘딜라이트’ 유환중 등 신인 선수들이 한 데 뭉쳤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1라운드엔 ‘디펜딩 챔피언’ 담원 게이밍 기아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T1을 2대 0으로 완파하는 등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까지 펼쳤던 프레딧은 그러나 막바지 3연패에 빠지며 시즌을 최하위로 마무리했다. 데뷔 첫 해를 인상적으로 보낸 팀인 만큼 서머 시즌에는 강팀들도 경계해야 할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