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연맹(KBL)에 2020~2021시즌 까지만 팀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03년 여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인수 첫 시즌부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플레이오프 진출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승과는 연이 멀었지만 유도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9년부터 전자랜드는 단 2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봄 농구'에 진출하면서 ‘언더독’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2014~2015시즌에 6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4강전에서 원주 동부(현 DB)와 5차전까지 갔던 치열한 접전은 여전히 농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2018~2019시즌에는 팀 창단 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처음으로 진출했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못했지만 특유의 활기 넘치는 플레이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농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김낙현, 강상재, 정효근, 이대헌 등 젊은 선수들로 팀이 개편되면서 많은 주목받았다.
하지만 구단 운영은 늘 어려웠다. 이전에도 두 차례 구단 운영을 포기할 정도였다. 특히 2012년 3월 모기업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한 차례 해체설이 나왔다. 당시 롯데와 신세계 측 등과 접촉을 했지만 결국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하면서 지원보조금을 받고 운영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당시 KBL로부터 지원받은 20억을 아직도 상환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전자랜드는 가장 어렵게 구단 살림을 꾸려가는 팀으로 인식됐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조기에 종료된 2019~2020시즌 직후부터 구단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시즌을 앞두고 전자랜드 측이 구단 운영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별을 예고했다.
팀의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팀의 샐러리캡은 전체 25억원 가운데 15억원 남짓만 사용해 60%를 기록했다. 이는 10개 팀 중 최하위다.
구단 측과 선수단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팀 슬로건으로 ‘내 인생의 모든 것(All of my Life)’으로 정하고 인생을 걸고 뛰었다.
시즌 초반에는 1위로 올라서는 등 깜짝 활약을 펼쳤지만, 일정이 거듭될수록 얇은 선수층에 발목이 잡혔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 전자랜드는 27승 27패를 기록,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정규리그 4위 고양 오리온을 3승 1패로 꺾고 4강에 오른 전자랜드는 리그 1위 전주 KCC를 만났다. 정규리그 MVP 송교창이 발가락 부상으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2연패를 당했다. 전반전에는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 후반전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패색이 짙었던 전자랜드는 홈에서 기적을 써갔다.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2연승을 올리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갔다. 믿기지 않는 대승이었다. 전자랜드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전자랜드를 외면했다. 전자랜드는 2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전주 KCC와 5차전에서 67대 75로 패배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승부처를 넘지 못했다.
18년간 이어져온 전자랜드의 역사는 이제 뒤로 사라진다. KBL에서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작업을 2020-2021시즌 개막 전부터 추진해왔고, 올해 1월에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3월초 마감된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KBL은 전자랜드 구단 매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이 모두 종료되면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랜드를 10년 넘게 응원해온 배(27)씨는 “이렇게 전자랜드가 사라진다니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라며 “전자랜드 구단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선수들, 감독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최고였다고 가서 말해주고 싶다. 꼭 이제 새로운 모기업을 잘 찾아 인천에서 다시 농구를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5차전이 끝난 뒤 “이 시간 이후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하겠지만, 계속 잘 이뤄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감독으로서 우승을 못 한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이 시간까지 응원해주고 성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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