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XXX 병원 가는 법”, “XX대학교 XXX 다니는 아들 얼굴”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지고 있다. 한 유튜버는 지난 8일 A씨 실명을 거론하며 ‘고 손씨 옆에 있던 친구가 맞습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해당 유튜버는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유튜버는 ‘만약 이분이 고 손씨 사망 당시 옆에 있었던 친구가 아니라면 당사자에게 그런 XXX와 비교하고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영상을 내리겠다’고 무책임한 자막을 달았다.
A씨 가족도 신상 털이를 피하지 못했다. A씨 아버지 B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개인병원 사이트는 현재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사이트 캡처본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대표 번호는 통화 중이라는 연결음만 나올뿐 통화가 불가능하다. 일부 네티즌은 병원에 낮은 평점 매기며 악성 댓글을 다는 ‘별점 테러’에도 나섰다.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길래 경찰 입을 막았나” “건물을 소유한 대단한 재력가”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여전하다.
고 손씨 사건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식의 ‘사적 응징’은 빈번하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60대 택시기사를 20대 남성이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20대 남성이 아버지뻘의 택시 기사를 기절할 때까지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지난 7일 구속된 가해자의 얼굴, 이름, 직업, 전화번호, 출생 연월 등 개인정보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도 퍼진 상태다.
신상 정보 공개는 수사기관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판결 확정 전까지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강 실종 대학생 사건의 경우 A씨는 엄연히 피의자가 아니다. 동시간대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과 같은 참고인 신분이다. 경찰이 전날 A씨와 A씨 부친을 불러 10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지만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다. 형사 사건 전문가들은 A씨를 둘러싼 정황과는 별개로 고 손씨 부검 결과, CCTV등 범죄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이는 엄연한 범죄다. 형사상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거짓을 유포한 경우 처벌은 더 무겁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무고한 인물 신상이 공개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 사례도 있다. 성범죄, 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나 혐의자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한 대학생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또 한 의과대학 교수 역시 신상이 노출돼 무고한 피해자가 됐다. 지난 7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범인으로 동명이인의 신상을 잘못 공개해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C씨(34)는 지난달 28일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 관련자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한 혐의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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