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만들어진 공수처인데...1호 수사 두고 '시끌'

어떻게 만들어진 공수처인데...1호 수사 두고 '시끌'

기사승인 2021-05-12 15:36:3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11일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선택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7~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해직 교사 등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검토, 추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에 따르면 담당자와 부교육감의 반대에도 조 교육감은 단독 결재로 채용을 강행했다. 감사원은 경찰에 조 교육감을 고발했다. 경찰은 공수처 이첩 요청으로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의 선택은 예상을 벗어났다. 공수처 설립 취지는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과 검찰 개혁이다. 당연히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부패 비리 사건을 공수처가 다룰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스스로 설립 취지를 부정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 교육감 사건은 그간 입에 오르내린 다른 사건에 견주어 무게감이 떨어진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각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대전지방검찰청 검사가 관련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측근 비리 의혹, 정부와 여권을 겨냥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역량 부족 논란을 피하려 보다 쉬운 사건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전날 논평을 내 “이미 1000건이 넘는 사건을 접수한 공수처가 굳이 이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낙점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복잡하고 거대한 다른 사건들을 다룰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기소권은 없다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검찰총장을 포함한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본인 및 가족의 범위에 대해 수사 이후 공소 제기·유지까지 할 수 있다. 교육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 교육감 사건은 검찰이 기소 여부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대표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로 공수처 출범 불발을 꼽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검찰 개혁을 촉구하며 촛불이 서초구 사거리를 뒤덮었을 때도 공수처 설치 요구는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첫발을 내딛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을 결사반대했다.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공수처를 채워 청와대와 대통령 친위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공수처법은 야당의 철야농성,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넘고 국회를 간신히 통과했다. 끝이 아니었다. 헌법 위배 논란, 공수처장 임명까지도 진통을 겪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박태현 기자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1호 수사 대상은 누가 될지 관심이 높았다. 김진욱 공수처장 역시 상징성을 인정했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처장(당시 후보자)은 ‘윤 전 총장이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후보자 견해는 어떤가’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문을 받았다. 김 처장은 “공수처 1호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 “그 부분은 완전히 수사 체계를 갖춘 뒤 그 시점에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망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공수처가 너무 편한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다. 백 최고위원은 “(조 교육감 사건은) 감사원이 경찰에 고발한 건으로 일차적인 수사가 어느 정도 돼 있다. 수사하기 편한 부분이 있다”면서 “조금 어렵더라도 공수처 선명성과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사건을 선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은 “너무 엉뚱한 사건을 1호로 정했다.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교육청을 권력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 조 교육감 사건은 일반 경찰서에서도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존재 의의나 목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린 유일한 기관”이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헛심 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