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강 실종사건 은폐? 그럴 이유 뭔가요” 반문한 전문가

“경찰이 한강 실종사건 은폐? 그럴 이유 뭔가요” 반문한 전문가

기사승인 2021-05-17 16:38:25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엿새만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 사건을 둘러싸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종 당일 고 손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에 대한 마녀사냥에 이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지는 중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7일 고 손씨 사건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경찰 수사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침묵을 지키던 A씨도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 측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A4 17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 A씨 측이 기억하는 사실관계, 변호인 선임 경위, A씨 측의 현재 경찰조사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A씨 법률대리인은 그간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발을 버린 경위 △변호사를 선임한 경위 △가족 중 ‘유력인사’가 있는지 △조문을 늦게 간 경위 △휴대폰을 버린 경위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을 내놨다. 

가족 중 소위 ‘유력인사’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A 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A 씨가 고 손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경위에 대해 변호인은 “A씨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더불어 고 손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억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을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연합뉴스

A씨가 침묵을 깬 데에는 의혹 제기 수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의혹을 제기하던 네티즌들은 이제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전날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시민 200여명이 모여 “경찰 수사를 하나도 못 믿겠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우리가 정민이 부모다”라고 외치며 ‘경찰은 가진 자의 노리개인가’ ‘40만 청원마저 은폐’ ‘거짓은 진실을 어길 수 없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문제는 단순히 의문을 명확히 해소해달라는 요구를 넘어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는 것처럼 ‘마녀사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참고인 신분이고 아직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없다. 그러나 같은날 집회에서는 A씨 실명을 언급하며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애도하느라 바빠서 변호사부터 샀구나’라는 피켓을 든 시민도 눈에 띄었다.

고 손씨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A씨는 비난 표적이 돼왔다. 가족과 본인의 이름과 얼굴이 모두 공개됐다. 고 손씨 유족이 A씨에 제기한 의혹이 언론을 통해 매번 여과없이 전달 됐다. A씨의 행적이 충분히 의심스러운데 왜 경찰이 구속 수사하지 않냐는 게 집회 참가자들의 의견이다.

이러다 보니 A씨 배후에 유력인사가 있어 사건이 무마된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6일에는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초경찰서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A씨 외삼촌이라는 소문을 직접 부인했다. 앞서 A씨 아버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속, 강남경찰서장, 대형로펌 변호사라는 루머가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현호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기대했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 이유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력이 충분한데도 더 적극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두 사람이 찍힌 CCTV영상이 있다면 명쾌하게 해결이 될 일이다. 하필이면 사각지대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과학 수사에 대한 맹신이 불신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웬만하면 수사로 해결이 되겠지만 이번 사건처럼 어떤 맹점이 있다면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찰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보면 법과학적으로는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역시 “전 국민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데 경찰이 객관적 증거나 사실관계를 억지로 왜곡할 이유나 동기가 전혀 없다”면서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해도 결정적인 근거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없는 증거를 만들어낼 수도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관할서인 서초경찰서에서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 강력팀이 모두 다 이 사건에 투입돼 다른 강력 사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정도”라며 “경찰이야말로 수사 분야의 전문가다. 많은 국민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사건 해결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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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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