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북 경주 위덕대학교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들은 같은 대학의 박훈탁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대신해 사과하러 광주를 방문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교양과목 ‘사회적 이슈와 인권’ 비대면 수업에서 “5·18은 북한군이 저지른 범죄행위란 주장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증언, 증인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되자 위덕대 총학생회는 박 교수 퇴출 운동에 나섰다. 위덕대는 박 교수를 담당하고 있던 5개 수업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대구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만평을 실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5·18 계엄군에 빗댔다.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퍼지자 매일신문은 만평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남우 보훈처장은 같은달 국회 정무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만평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5·18 특별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에 대해 “법안 내용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5·18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신문, 잡지, 방송, 그 밖에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 △전시물 또는 공연물 전시·게시 또는 상영 △그 밖의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을 통해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박 교수 발언과 매일신문 만평의 5·18 특별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처벌 예외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5·18 특별법 제8조2항에서는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박 교수는 공개 사과하면서도 “5·18과 관련한 다른 견해와 저의 학문적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 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줬다”고 해명했다. 예외 조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처벌 대상을 허위사실 유포로 한정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5·18 민주화운동 부인·비방·왜곡·날조까지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부인·비방·왜곡·날조가 빠졌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매일신문 만평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장면 차용, 부적절하지만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다.
소관 부처인 국방부도 박 교수 발언을 5·18 특별법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국방부 법무담당관은 “2항에서 예외 범위를 굉장히 넓게 두고 있다”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더라도 학문 연구 혹은 역사 진행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빠져나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기봉 5·18 민주화기념재단 사무처장은 “허위사실이 명백함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박 교수 발언은 위덕대 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동영상 강의에서 나왔다. 대중적 공간이 아닌 점, 불특정 대다수가 비대면 강의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5·18 특별법 위반이 아닌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 민사소송 제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 처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은 아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졌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면서 “언론과 대학에서 5·18 폄하가 잇따르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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