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택근무·온라인수업 등이 도입되며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23만5637마리다. 지난 2019년 대비 11%가 증가했다. 구조·보호된 유실·유기 동물의 수는 줄었다. 지난해 13만401마리다. 2019년 13만5791마리보다 3.9%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타난 변화라고 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달 21일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홀로 남겨지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40분이다. 지난 2018년 조사에서는 6시간3분이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온라인수업이 활성화되며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기간, 반려동물 간식과 옷, 영양제 수요도 늘었다. ‘CJ대한통운 2020~2021 일생생활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지난해 반려동물 간식사료와 영양제, 장난감 등의 물량은 모두 증가했다. 각각 44%, 38%, 36%다. 반려동물 의류 물량의 전년대비 증가폭은 26%다. 사람이 입는 의류 증가폭(19%)보다 더 높았다.
토리와 하니의 보호자인 윤시아(25·여)씨는 재택근무가 도입되며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윤씨는 “코로나19 이후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산책도 더 오래 한다”며 “반려견에게 줄 간식과 사료, 옷을 생각하면 일할 의욕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난감할 때도 있다. 그는 “재택근무 중 놀아달라고 떼를 쓰거나 화상회의 중 짖을 때는 당황스럽다”면서 “‘왜 계속 책상에 앉아있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생활을 해온 대학생 우모(22·여)씨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비대면수업을 듣고 있다. 주말에만 만나던 반려견 뽀세, 콩이를 매일 볼 수 있다. 우씨는 “공강 시간을 활용하여 강아지 산책을 다녀온다. 뽀세와 콩이를 옆에 앉혀두고 수업을 듣기도 한다”며 “옆에서 자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가족들이 종일 집을 비우던 때보다 반려견들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가 모든 반려동물과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봉쇄령 등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BBC는 지난 1월 ‘팬데믹 퍼피’로 입양됐다가 파양된 사례를 모아 보도했다. 팬데믹 퍼피는 코로나19 시기 입양된 반려견을 뜻한다. BBC는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동물보호소는 문제가 있는 나이든 강아지들을 돌보기 시작했다”며 “반려동물 웹사이트에는 재판매되는 강아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신주운 활동가는 “코로나19 종식 후, 유기동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신중해야 한다. 산책은 매일 시킬 수 있는지, 병원비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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