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는 보라색 리본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 ‘#청년노동자_이선호님을 추모합니다’ ‘#오늘도7명이퇴근하지못했습니다’ ‘#죽지않고일할권리’ ‘#중대재해처벌법개정’을 달아 SNS에 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추모하는 온라인 연대 행렬에 참가한 시민들이다.
고 이씨의 친구인 김모씨는 연대 행렬에 참가하면서 “고 이씨 억울한 죽음을 아무도 외면하지 못하도록,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하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정치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산재 사망자를 추모하는 보라색 리본을 들고 온라인 연대 행렬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노동자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전날 전남 한 철강회사에서는 기계에 몸이 낀 4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같은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도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재 사고 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수는 2062명이다. 사고 882명, 질병 1180명이다. 전년 대비 42명이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이뤄질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순차 시행한다.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 50인 미만·10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 기간이 부여되는 등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고 이씨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규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 이씨 아버지 이재훈씨는 같은날 국회를 찾았다. 이씨는 “사업주가 벌금 몇 푼으로 때워 어슬렁 넘어갔는데, 사망 사고 때는 무조건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고 법에 정해지면 사업주가 자기 회사의 안전 관리 요원이 될 것”이라고 사업주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안전담당자에게 경영책임자 책임을 떠넘기고 중대재해 기준을 낮추는 시행령을 만들려 한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의당이 반드시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중대재해법 보완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가족분들, 그리고 대책위와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고 이씨의 장례는 이날로 29일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정부 지자체 합동 TF는 지난 14일부터 가동됐다.
고 이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 화물 컨테이너 날개 아래에서 나뭇조각 등을 치우는 작업을 하다가 300kg에 달하는 날개에 깔려 숨졌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한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가 없었다. 고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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