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도둑맞은 24시간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담원 게이밍 기아는 23일(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중국의 RNG에게 2대 3으로 패했다.
RNG의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더 좋았지만, 담원 기아의 집중력 부재도 적잖은 패인이었다.
담원 기아는 22일 열린 매드 라이온즈와의 4강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이후 채 하루도 쉬지 못하고 결승전에 임했다. 대회가 가지는 중압감, 다전제의 피로감 등을 고려하면 치명적이었다.
사실 럼블 스테이지를 1위로 통과한 담원 기아는 21일 금요일에 경기를 치렀어야 했다. 하지만 2위 RNG가 귀국 48시간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혈청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일정 변경을 요구했고, 라이엇이 이를 받아들여 RNG를 금요일 경기에 배정했다. 이 때 담원 기아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변경된 일정을 통보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담원 기아가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결승전에 임한 반면, RNG는 넉넉한 재정비 시간뿐만 아니라 담원 기아와 매드 라이온즈의 4강전을 토대로 전략을 연구할 충분한 시간까지 주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세트를 따낸 담원 기아는 3세트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내셔 남작 앞에서 평소엔 자주 볼 수 없는 실책성 플레이를 범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저력을 발휘해 4세트를 가져왔지만 5세트엔 초반부터 RNG의 노림수에 번번이 당해주면서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4강전 그야말로 ‘슈퍼캐리’로 팀을 이끌었던 ‘쇼메이커’ 허수는 이날 1세트를 제외하곤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등 이전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정 변경 후 사과 한 마디 없었던 RNG는 끝까지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결승전 종료 후 한국 취재진이 “이건 무례할 수도 있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럼블스테이지에서도) 5, 6 경기를 한 번도 안 했고, 일정도 변경했는데 이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RNG 측은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휴일에는 스크림도 없고 상대할 팀도 없다. 우리는 연속적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쉬는 시간이 없어 지친다”며 변명했다.
한편 대회의 주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2016년 중국 텐센트에 완전 인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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