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양성 힘썼던 故 유상철, 투병 중에도 “강인이와 함께 하고 파”

후배 양성 힘썼던 故 유상철, 투병 중에도 “강인이와 함께 하고 파”

기사승인 2021-06-08 10:34:38
고인이 된 유상철 전 감독.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한국 축구의 전설로 통하는 고 유상철 감독은 2006년 은퇴를 선언했다. 월드컵 4강 진출 등 성공적인 프로 축구 선수로서의 삶을 보냈던 그는, 당시 축구계를 떠날 생각도 했다고. 하지만 “한국 축구에 대단한 역사를 쓴 주역이,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리지 않는 건 책임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U-15(15세 이하) 축구 대표팀 송경섭 감독의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돌렸다. 

유 감독은 이후 축구교실을 차려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엔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았고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울산대학교(2014), 전남 드래곤즈(2017), 인천 유나이티드(2019)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는 등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꿋꿋이 버텨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9년 갑작스런 췌장암 진단 후 투병 중에도, 팀의 잔류를 위해 몸을 내던진 그의 지도력은 많은 이들에게 축구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유 감독은 췌장암이 악화 돼 사령탑에서 물려난 뒤에도 현장 복귀에 대한 의지만은 놓지 않았다. 인천이 2020시즌 강등 위기에 놓였을 땐 무리해서 감독 복귀를 추진하기도 했다.

올해 초 유튜브를 통해 방영된 ‘유비컨티뉴’ 다큐멘터리에선, 과거 방송 프로그램으로 연을 맺은 제자 이강인(발렌시아)을 만나 후배 양성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감독은 ‘날라아 슛돌이’에서 감독을 맡아 유소년 시절의 이강인을 지도한 바 있다.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CF에 몸을 담고 있는 이강인은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의 주인공이 되는 등 한국축구의 미래로 성장했다. 

이강인을 만난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이 되어 만나고 싶다”며 애정을 보인 그는 “지도자로서 최고의 자리를 목표로 삼는다면 역시 축구 대표팀 감독을 해보는 것이다. 너무 늦지만 않는다면 강인이가 선수로, 제가 감독으로 있다면 그 그림을 그려보는데 멋지지 않을까”라며 상상했다.

하지만 유 감독의 꿈은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그는 7일 오후 췌장암 투병 끝에 입원 중이었던 서울 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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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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