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이하 조계종 사노위)와 ‘고 이선호씨 산재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고 이씨 49재를 진행했다.
유족과 49재 참석자들은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과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근본대책을 요구했다. 고 이씨 아버지 이재훈씨는 “말도 안 되는 사고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들여다볼 계기가 되고 올바르게 잡을 수 있는 초석이 된다면 이 땅에 아들을 기꺼이 바쳤다는 자부심으로 위안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노위 위원장 지몽스님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고 49일이 지나도록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중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인의 시신은 차가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미진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극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행정당국이 유족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특별근로감독 조사 결과를 유족에 상세히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와 강력한 시행령 제정을 통해 더 이상의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진상규명은 더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고 이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불법파견 가능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지 46일 만이다.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재해자(고 이씨)는 ‘우리인력’과 근로계약이 체결돼 있었지만 실질적인 작업 지시는 (원청업체) ‘동방’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인력 공급 업체인 우리인력 소속이던 고 이씨는 근무 현장에서 동방의 지시를 받으며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허용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 지시를 할 경우 불법 파견 소지가 있다고 본다. 고용부 평택지청은 사고책임자를 이번주 중 입건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하고 불법 파견 수사는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 수사도 거북이 걸음이다. 경찰은 지난 주말에서야 동방 관계자를 포함한 사고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이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한 뒤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고 이씨가 투입된 작업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채 시작됐다. 현장에 배치돼야 하는 안전관리자나 수신호 담당자는 없었다.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참변 당했다. 사측은 조속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119 구조 요청보다는 윗선 보고를 더 서둘렀다는 의혹도 받는다.
앞서 지난 4월22일 고 이씨는 평택항 부두에서 FRC(Flat Rack Container)라 불리는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에서 나뭇조각을 치우는 작업 중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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