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골수 게이머가 아닌 라이트 유저의 경우 출시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흥행 여부는 30분 플레이 후 판가름 난다고 한다. [30min]에서는 쿠키뉴스가 30분 동안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받은 간략한 인상 등을 소개한다.
‘오크’와 ‘엘프’, ‘드워프’ 등의 존재가 등장하는 서양 중세 판타지 세계관은 게이머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아온 소재 중 하나다. 지금도 이 설정을 차용한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스튜디오 휠의 ‘모험가 이야기’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베이스로 삼은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다. 텍스트 어드벤처는 유저가 텍스트 명령을 이용해 인물들을 조작하고 주위에 영향을 주는 장르의 게임을 의미하는데, 인터렉티브 픽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험가 이야기’에서 이용자는 모험가가 돼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고,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선택은 향후 결말에 영향을 미친다. 정의로운 용사가 될지, 악당이 될지는 이용자의 선택에 달렸다. 텍스트 어드벤처와 판타지 세계관이 결합된 모험가 이야기는 어떤 게임일까.
◇ 고전게임 향수가 물씬 풍기는 명품 도트 그래픽과 잔잔한 BGM
모험가 이야기는 도트 그래픽을 사용했다. 픽셀로 구성된 다소 투박해 보이는 형태의 그래픽은 이전에 오락실에서 자주 보던 고전게임의 모습을 닮아 반가운 마음이 들게 만든다.
장비, 소모품, 몬스터, 등장인물 등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이미지와 일러스트는 도트 그래픽으로 구성돼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도감에 이들의 이미지가 모두 등록되는데, 퀄리티 높은 도트 그래픽으로 이뤄진 이미지를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게임 몰입도가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사하긴’, ‘서리거인’, ‘고블린’ 등 몬스터의 일러스트를 보고 큰 만족감을 느꼈다.
BGM의 경우 오르골에서 나올법한 잔잔한 메인 멜로디가 기본이다. 텍스트로 진행되는 장르 특성상 격정적인 음악이 깔렸다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모험가 이야기는 중세 판타지 풍의 잔잔한 음악을 BGM으로 설정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 모든 것은 확률로 결정… 주사위 신이시여, 힘을 주세요!
모험가 이야기에는 힘, 민첩, 지혜, 지능, 건강, 카리스마 등 총 6개의 능력치가 존재한다. 각각의 능력치는 모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지하석상이 있는 지하 던전에서 ‘가고일(석상 형태의 몬스터)’을 만났을 때, 힘이 높다면, 플레이어는 가고일을 무찌르고 보물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지혜가 높다면 석상 옆에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TRPG(테이블탑 역할수행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TRPG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대화를 통해 진행하고 각자가 분담된 역할을 연기하는(Role playing) 게임을 의미한다. TRPG는 주사위나 확률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험가 이야기에서도 전투 시 주사위가 등장한다.
모험가 이야기는 장비와 능력치에 따라 전투력이 계산된다. 몬스터와 플레이어 간의 전투력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린다. 현재 기자가 키우는 캐릭터의 전투력은 25다. 전투력 16의 스켈레톤과 싸우면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전투력 35의 트롤과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서 플레이어는 정20면체의 주사위를 사용할 수 있는데, 10을 기준으로 전투력이 상승하거나 감소한다. 기자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나인 ‘서리거인’과의 전투에서 주사위 20이 나와 간신히 대등한 승률을 만들었고,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다. 반면 매우 몬스터를 상대로 주사위를 굴렸다가 1이 나오는 바람에 어처구니없게 패한 적도 있다. 모험가 이야기에는 확률과 랜덤으로 결정되는 TRPG의 매력이 잘 구현돼있다.
◇ 선택 따라 달라지는 엔딩, 엔딩만 총 100개
모험가 이야기에는 수많은 이벤트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능력치에 따라 각각 선택지의 성공 확률이 달라진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말도 달라지는데, 이 부분이 재미의 핵심이다.
우선 이 게임에는 총 56개의 메인 엔딩과 44개의 서브엔딩이 있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메인 스토리는 인간과 엘프의 갈등인데, 어떤 진영을 선택하느냐 따라 내러티브의 큰 줄기가 결정된다. 기자는 인간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엘프 장군을 구하고, 영주와 그 일가를 모두 처단했다. 이후 기자는 ‘엘프의 수호자’라는 엔딩을 보게 됐다.
게임을 진행하다 만날 수 있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모험 중 수갑과 족쇄를 찬 노파를 만나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 노파의 정체는 마녀다. 마녀를 구해주고 여러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제자가 될 수 있는데, 뛰어난 성능의 무기를 얻을 수 있다. 이 마녀는 플레이어를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용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출시된 모험가 이야기는 서비스 초창기 엔딩 분기가 다소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당시에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사건이 많았고,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의 공백으로 긴 호흡에서의 몰입감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패치를 거듭하면서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엔딩의 갯수도 늘었고, 사건 간의 연계성도 늘어났다. 지금도 꾸준히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내려놔도 될 듯 하다.
▶ 30분 플레이 소감
스토리 : 풍성한 메인·서브 스토리, 계속되는 업데이트도 Good!
그래픽 : 오락실 고전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도트 그래픽
감성 : ‘던전앤드래곤’ 같은 판타지 성향 물씬 풍기는 레트로 감성
▶ 별점과 한 줄 평(5점 만점)
4점.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판타지 세상의 용사가 돼보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