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달려라 방탄에서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로 오역했다고 지적했다. 달려라 방탄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한류 스타 인터넷 라이브방송 플랫폼이다. 지난 15일 송출된 이 방송은 중화권 팬들을 위한 중문 자막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번역했다. 반크는 “세계 1억 명의 한류 팬이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파오차이를 김치의 기원으로 주장해 공분을 샀다. 파오차이는 김치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파오차이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김치 표준에 맞춰 만들었고, 그 국제 표준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은 “김치는 중국의 유구한 문화유산이며 기원은 중국”이라고 억지 부리는 등 ‘김치공정’을 펼쳐왔다. 한국 대기업들이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김치 제품을 중국에 팔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네이버측은 문체부의 외국어 번역과 표기 지침을 참고해 번역했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훈령 제 427호 제4조제2항제5호에서는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번역 및 표기는 관용으로 인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 예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훈령은 지난해 7월 제정됐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만든 김치의 한자 이름 ‘신치’(辛奇)가 엄연히 있음에도 문체부에서 활용하지 않아 정부 부처끼리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체부 훈령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다. 반크는 지난해 12월 이 훈령의 문제점을 발견해 시정을 요청했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내 “향후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전문가 협의를 통해 훈령을 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문체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훈령 개정이 지체된 이유를 묻자 “중국에 김치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신치라고 표기해 판매할 때 상표권이나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상표권 문제란 중국 ‘국가표준’(GB)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GB에 표기된 용어와 위생 요건을 따라야 중국 내에서 식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GB에서 한국 김치를 비롯해 절임류 채소를 파오차이로 분류하기 때문에 신치로 표기할 수 없다는 애로 사항을 호소해왔다.
이어 관계자는 “문체부도 파오차이 병기가 잘못된 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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