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실종자 90% 성인…‘가출’ 치부하는 제도 손질 언제쯤

사망 실종자 90% 성인…‘가출’ 치부하는 제도 손질 언제쯤

18세 이상 성인 실종신고 매년 7만건 안팎
성인의 자기결정권, 인권 침해 우려 강제수사 못해
법제화 늦어지며 태반이 미제사건으로 남아

기사승인 2021-06-28 17:06:15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안모·김모 씨가 지난 22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성인 실종사건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성인이라는 이유로 가출로 분류돼 강제 수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살인 사건’이다. 20대 남성들이 고교 동창을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해 결국 숨지게 한 사건이다.

피해자 A(21)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쯤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몸무게는 34kg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저체온증 및 영양실조가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구두소견을 밝혔다.

경찰이 A씨를 구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A씨 아버지는 경찰에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가 3대 개통됐고, 아들이 사채를 사용했으니 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알렸다. 또 A씨가 김씨와 김씨 친구를 지난해 11월 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알리며 범죄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A씨가 성인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A씨가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과 함께 있지 않다. 잘 지낸다’는 그의 말을 믿었다. 또 피해자 위치를 추적하려 했으나 성인이기 때문에 관련 법상 강제 소재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 통계연보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 즉 가출인 신고 접수는 2017년 6만 5830건, 2018년 7만 5592건, 2019년 7만 5432건으로 해마다 7만건 안팎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접수된 실종아동 등 신고 건수의 배에 가깝다. 실종아동 등이란 18세 미만 아동·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치매환자를 말한다. 실종 아동 등 신고건수는 2017년 3만 789건, 2018년 4만 2992건, 2019년 4만 2390건이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실종 접수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례 5292건 중 성인 가출인은 4737건이었다. 8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345건, 지적장애인 138건, 실종 아동 72건이 그 뒤를 이었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은 적용 대상을 18세 미만 아동·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치매환자로 규정한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 수사를 위한 지문, 위치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성인은 예외다. 만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이 아닌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유독 성인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이유는 자기걸정권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가출한 성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 개인정보를 활용한 신속한 수색이 어렵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위한 통신 영장 신청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등 초동 수사가 늦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에서 실종아동법에 성인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은 계속 있었지만 법제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김승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복지부 소관 업무를 실종아동의 보호 및 지원 중심으로 규정하고, 아동과 성인을 모두 포괄하는 실종자의 수색·수사 업무를 경찰 중심으로 재판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실종자 전문 접수 센터와 전문 프로파일러 양성의 법적 근거 마련을 논의 중이다.

경찰청도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4월 ‘실효적 실종 성인 수색·수사를 위한 법제화 방안’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실종 성인 수색과 관련한 국내외 입법례, 현행 업무절차 등을 반영한 입법 모델을 발굴해 법률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기원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18세 이상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수사는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수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결국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물론 법제화도 필요하다. 그 전에 경찰 내 전담 인력 배정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우선 경찰 내에 실종 사건과 관련한 전담 수사팀이 만들어져서 성인의 경우에도 채무관계 등 범죄 연관성이 파악됐다면 장기간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와 함께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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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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