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는 28일 불법 정보를 유통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박씨를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봤을 때 박씨 행위를 음란행위로 볼 수 없고, 해당 영상물도 음란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항에서는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씨는 지난달 CJ ENM이 런칭한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의 웹 예능프로그램 ‘헤이나래’에서 남자 인형을 소개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씨는 ‘암스트롱맨’이라는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팔을 길게 늘여 다리 사이로 집어 넣거나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커져요” “아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지” 등의 발언을 했다.
왜 문제의 영상은 음란물이 아닐까. 그 이유는 형법이 음란물을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형법 제243조는 ‘음란’을 사회 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정의가 추상적이다 보니 대법원은 음란물인지 아닌지 가름할 기준을 몇 가지 제시했다. 대법원의 지난 2008년 판결에 따르면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 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할 경우 △사회 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경우다.
일례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성인 폰팅업체에서 대량 문자메시지 발송사이트를 이용, 불특정 다수의 휴대전화에 여성 성기·자위행위·불특정 다수와의 성매매를 포함한 성행위 등을 저속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문언이 기재된 3만1342건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음란한 문언’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들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는 “대법원에서는 음란의 개념을 굉장히 협소하게 본다. 성행위를 직접 하거나 성기가 노출되는 정도”라며 “박씨 행위를 ‘저속하다’ 혹은 ‘문란하다’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수준만으로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봤다.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우희창 변호사는 “형법에서 음란물이라고 판단하는 표현물은 성적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나 글을 말한다. 누가 봐도 음란물이라는 데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박씨가 출연한 영상은 그렇지 않다. 이 영상을 문제 삼게 되면 방송에서 수위 높은 농담이 나올 때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형벌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봤을 때도 무혐의 처분이 맞다”면서 “음란물의 개념을 넓게 보면 처벌 사례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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