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불거진 ‘코인 게이트’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BJ가 대거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적잖다. 2016년 프로리그 폐지 후, ASL(아프리카 스타리그) 등으로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던 스타크래프트 판에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아프리카TV의 유명 BJ들이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에 수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개인 방송을 통해 이를 홍보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주식 시장의 ‘시세 조작 행위’를 연상케 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팬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영호와 김택용의 연루가 충격을 자아냈다. 이들은 일명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으로 불리며 스타리그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다. 현재까지도 개인방송 등을 통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 광안리에서 10만 관중을 모으는 등 국민적 인기를 누리던 스타리그는 당대의 인기 선수였던 마재윤이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탔고, 결국 폐지됐다. 이 때문에 스타리그 팬들은 프로게이머의 비위 사실에 상당히 민감하다.
실제 이영호와 김택용이 코인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은 마재윤의 사례와 비교하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택용의 오랜 팬으로 유명한 가수 박완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눈물만 납니다, 왜 그랬어요”라며 “죽을 때까지 욕먹고 오라”며 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팬들에게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를 줄 수 있어 과거의 승부조작 사건보다 더욱 치명적이라고 바라본다. 이영호의 경우 유튜브 구독자 수만 32만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대로라면 이영호를 믿고 암호화폐에 투자한 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투자를 권유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가 가진 영향력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행보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과거 스타리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회사원 조 모(36)씨는 “어떻게 보면 자신을 응원하던 팬들의 뒤통수를 친 게 아닌가, 마재윤 건 보다 더 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실낱같던 스타리그의 명맥도 비로소 끊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영호와 김택용은 최근까지도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주요 콘텐츠로 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등 스타리그 팬들과 교감을 이어왔다. 아프리카TV에서 운영하는 스타리그인 ASL이 올해로 11번째 시즌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력이 컸다.
하지만 주춧돌과도 같았던 이들의 비위 사실로, 스타판엔 또 다시 먹구름이 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ASL 시즌11에서 임홍규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끓어올랐던 분위기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게다가 이번 코인 게이트에는 이영호와 김택용 말고도 프로게이머 출신 BJ인 염보성과 김봉준이 연루됐다. 특히 김봉준은 지난 2018년 자비를 들여 스타리그를 개최하는 등 스타크래프트 인기 회복에 힘썼던 터라, 팬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암호화폐는 아직 별도의 법령이 없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영호와 김택용은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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