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루에서 최대 사흘까지 분리할 수 있다.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는 기본적인 조치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학교폭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생에 대한 또 다른 인권침해와 수업권침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 내에서 발생한 상해와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따돌림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집단폭행부터 친구 간의 사소한 말다툼까지 모두 학교폭력에 포함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학폭예방법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려는 개정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 “학교폭력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경미한 폭력과 심각한 폭력이 있다. 사안의 경중 판단 없이 무조건 분리조치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건 초기 피해자와 가해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학교폭력으로 논란이 된 사안 중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회부된 후 ‘학폭아님’ 또는 ‘쌍방과실’로 판명 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참쌤스쿨 대표 김차명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대부분의 사안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조사를 해보면 가해자였던 피해자, 피해자였던 가해자 등이 존재한다”면서 “학교는 법원이 아니다. 어릴수록 관계 회복 등의 교육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가해 학생 분리를 위한 공간과 인력 부족도 지적됐다.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는 “즉시 분리를 한다면 반을 바꾼다는 것인지, 분리된 학생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고 질타했다.
기존 제도로도 피해 학생 보호가 가능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김현태 서울 신림중학교 교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장 재량에 따라 긴급조치로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면서 “개정안의 취지는 좋지만 피해·가해 불분명, 학생 분리 시 공간·인력 부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개정안이 불러올 법적 문제를 지적했다. 백선경 법무법인 중우 변호사는 “학교폭력 신고 후 사안 조사,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50여일 지나야 최종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여러 단계를 거치기 전까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개정법에서는 신고 단계부터 가해 학생, 피해 학생을 나눈 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 학생으로 규정돼 분리조치 될 경우, 낙인과 학습권 박탈 등을 피하기 어렵다”며 “나중에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왔을 때 관련 학생이 입게 된 손해를 어떻게 보상할지도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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