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취급하나” 마약 검사 늘리자 교사들 ‘부글’

“범죄자 취급하나” 마약 검사 늘리자 교사들 ‘부글’

기사승인 2021-07-02 16:02:06
교육부.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교육 당국이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시 마약류 중독 검사를 의무화해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중복 검사는 다른 직군에 비해서도 과한 처사로 교사를 범죄자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부산교사노조는 부산시교육청이 지난달 30일 2021학년도 상반기 정교사(1급, 2급) 연수 대상자에게 TBPE 검사결과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1일 밝혔다. TBPE 검사결과지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이번 조치는 지난 23일부터 적용된 개정 교원자격검정령 및 시행규칙 때문이다. 해당 법에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 교사는 TBPE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2급 자격증 연수 대상자만 제출했던 TBPE 검사 결과지를 1급 자격증 연수 대상자도 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대나 사범대 졸업생에게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부여된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3년 이상 근무한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법 적용 대상 규모는 연간 6만명(2020년 기준)이다.

교원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교사노조는 “현재 면허 취득 시 성범죄 마약류 중독 검사를 받고 있는 직군은 의사, 간호사, 수의사 등 주로 약물을 다루고 있는 매우 한정적인 직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조차 성범죄 마약류 중독 검사는 자격 취득 시 한 차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교사는 최초 자격 취득 시 TBPE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고,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시 또다시 성범죄 마약류 중독검사를 한다”며 “약물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직군에게는 매우 이례적이고 강압적인 처사이며 교사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교사노조, 충남교사노조에서도 같은 입장문을 냈다.  

행정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교사노조는 “법률이 지난해 12월 통과돼 시행까지 6개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공가 사유 확대나 진단비 지원 등 기본적인 행정사항 대비책도 없다”고 문제 삼았다.

서울 소재 한 중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김모(30·여)씨는 “1급 정교사 자격증은 사실상 교직 생활을 계속하려면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면서 “마약 범죄로 논란이 된 건 국회의원 자녀나 연예인들이다. 왜 교사를 상대로 뜬금없이 마약 검사가 도입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 기한이 촉박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중학교 교사 최모(32·여)씨는 “학기 말은 업무가 많은 시기”라며 “공가를 낼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17일까지 검사를 완료하라고 압박해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는 검사비를 지원하고 마약류 중독 검사를 공가 사유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2015~2020년 5년간 마약 범죄에 연루돼 징계받은 교사는 4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명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다이어트 보조제를 매매하는 등 자신도 모르게 구매한 경우였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 교사들은 마약 검사 확대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면서 “교사의 마약 범죄가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국가가 검사를 강요하는 조치는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일뿐 아니라 엄청난 행정력 낭비”고 꼬집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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