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 게임결산②] ‘악재 산적’ 엔씨소프트...블소2로 만회?

[2021 상반기 게임결산②] ‘악재 산적’ 엔씨소프트...블소2로 만회?

기사승인 2021-07-07 06:30:02
사진=엔씨소프트 CI.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2021년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1분기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 당기순이익 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77%, 59%씩 감소했다. 1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자사를 대표하는 ‘리니지’ IP(지식재산권)의 인기에도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한때 넷마블 ‘제2의 나라’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다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6월 23일부터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번갈아 최다 매출 1위를 지켜왔다. 리니지 형제가 구글플레이 1위에서 내려온 것은 3년 11개월만이다. 곧바로 리니지M이 1위를 탈환했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지난 2일부터 최다 매출 1위를 차지한 상태다.

리니지M에서 발생한 ‘문양 시스템 롤백’ 이슈도 악재로 작용했다. 연초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홍역을 치른데다 문양 이슈까지 겹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소위 리니지의 충성 이용자를 의미하는 '린저씨(리니지+아저씨)'가 시위의 핵심 축이 됐다는 점이 엔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 5월 출시된 ‘트릭스터M'은 과도한 과금 유도와 각종 버그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동명의 PC버전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은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엔씨는 하반기 ‘블레이드&소울2(블소2)’ 출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엔씨의 행보를 시간 순으로 돌아보고, 하반기 전망을 분석해봤다.

사진=엔씨소프트의 엔터 플랫폼 '유니버스'.

◇ ‘유니버스’로 엔터사업 기반 다진 엔씨소프트

엔씨는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사업 기반을 다졌다. 지난 1월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글로벌 출시했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이다.

현재 유니버스에 합류한 아티스트는 총 18팀이다. 각 가수의 플래닛에서 영상을 보거나 가수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팬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구독하면 가수가 직접 전하는 프라이빗 메시지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라이빗 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7일 기준으로 유니버스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출시 초반에는 앱 자체가 무겁고 버그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상당부분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다.

엔씨는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및 행사를 확대하고 참여 아티스트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일단은 기존 포털사·통신사들이 진출해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영역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CJ EN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도 예정돼있다.

사진=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 리니지M부터 트릭스터M까지… 연거푸 터진 부정이슈 악재

반면 본업인 게임사업 분야는 상반기 내내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시작은 엔씨의 대표 작 리니지M이었다. 지난 1월 리니지M은 강화시스템인 ‘문양’을 완성시키는 난이도를 낮추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문양 한 개를 완성하려면 게임 내 재화 기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했는데, 업데이트를 통해 1000만원 수준까지 줄였다. 그러자 이미 큰돈을 들여 문양을 완성시킨 최상위 이용자, 이른바 ‘고래 유저’가 불만을 터뜨렸다. 부담을 느낀 엔씨는 나흘 만에 롤백(업데이트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엔 ‘1%만을 위한 게임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엔씨의 사후 대처도 매끄럽지 못했다. 문양을 원상복구하고 비용을 환불하는 과정에서 이를 현금이 아닌 ‘다이아’와 같은 게임 유료재화로 지급한 것이다. 이밖에도 1억6000만 원을 결제해 환불을 요구했더니 5000만원어치 게임머니만 주더라는 이용자의 주장 등이 나오면서 보상 기준을 놓고 논란이 커졌다. 결국 리니지의 코어 이용자인 ‘린저씨’까지 합세해 트럭 시위를 진행할 정도로 여론은 악화됐다.

1분기 리니지M·2M을 합한 모바일 매출은 324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최근 다섯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전분기보다 18% 감소한 리니지M 매출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엔씨 측은 “내부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1분기 내내 논의한 후 리니지M의 모든 이용자 지표를 확인한 결과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여의도 앞에 선 엔씨소프트를 비판하는 트럭. 

지난 5월 출시된 트릭스터M 역시 게이머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트릭스터M은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가 11년간 서비스한 트릭스터를 재해석한 게임이다. 트릭스터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드릴로 땅을 파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참신한 시스템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한 게임이다. 이러한 이유로 트릭스터M을 기대하는 2030 이용자도 많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그래픽, 드릴로 땅을 파 아이템을 얻는 ‘드릴 액션’을 제외하면 원작의 향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존 트릭스터의 경우 ‘마이캠프’ 등의 커뮤니티 콘텐츠가 활발했던 반면 트릭스터M은 퀘스트와 사냥, PK(플레이어 킬링)에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리니지의 시스템과 더욱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트릭스터M은 출시 초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권에 진입하며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다소 힘이 떨어진 모습이다. 6일 기준으로 트릭스터M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20위를 기록 중이다. 출시 초반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분석이다.

게이머의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트릭스터M, ‘제2의 나라’, ‘오딘’을 각각 ‘귀여운 리니지’, ‘지브리니지(지브리+리니지)’, ‘북유럽 리니지’ 등의 조롱조로 지칭하고 있다. 한국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리니지에 투영하는 모습이다.

리니지를 통해 한국형 MMORPG의 문법을 정립한 엔씨에게 매우 뼈아픈 비판이다.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엔씨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사진=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블레이드&소울2' 유튜브 화면 캡처

◇ 하반기 ‘블소2’로 반전 노리는 엔씨

엔씨는 하반기 ‘블소2’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게임은 2012년에 출시된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소울(블소)’의 정식 후속작이다. 무협 MMORPG를 표방한 블소는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 등을 수상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개발 총괄을 맡은 블소2는 올해 엔씨의 최대 역점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블소2 쇼케이스에서 김 대표는 "액션 MMORPG의 정점을 찍겠다는 목표로 개발했다"며 "과연 가능할까 싶던 액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게임 본연의 재미와 설렘, 이야기와 모험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블소2’는 당초 ‘블레이드&소울M’이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품이지만, 개발 중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IP로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블소2만의 강점은 ‘액션’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유저는 적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막거나 피할 수 있으며 무공의 연계기를 구사하는 등 디테일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하늘, 절벽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지형, 지물을 활용한 전투도 가능하다. 단순히 스킬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컨트롤에 따라 전투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블소2의 정확한 출시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출시일을 확정하기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상반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블소2가 출시되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이전 시리즈의 흥행도 증명된 바 있고, 전 연령을 대상으로도 강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