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을 주제로 한 온라인 간담회가 13일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문석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한종천 수원공업고등학교 교사,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전현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대표가 자리했다. 간담회에 앞선 축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맡았다.
허은아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해 선택적 셧다운제로 제도를 일원화하고,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게임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인식 개선법’을 발의했지만 운용 방침과 개선 방안, 전망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가 10년의 기간 동안 우리 게임 산업을 옥죄어 왔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져 가고 있으며, e스포츠 역시 스포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늘의 세미나가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국내 게임과 e스포츠 산업·문화를 옥죄고 있는 법제도의 개선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문석 교수는 셧다운제가 의도했던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셧다운제 도입 이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 것도 아니며, 셧다운제 도입을 통해 심야 아동·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완전히 통제한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여전히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수면 부족의 주요한 원인은 게임보다는 학습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단 점에서 게임이용이 심각한 수면 부족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현재까지의 실증연구 결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청소년들이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현상을 정의하기 위해 수면 부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했어야 했다”며 “셧다운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측에서는 수면 시간의 부족과 실증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게임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단순한 규제수단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에 이어 이병찬 변호사는 2014년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살폈다.
당시 헌재는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모친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들어, 인터넷게임이 보편화되면서 생긴 사회적 문제라고 판시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펜실베니아대학교 연구 결과 비디오 게임이 폭력을 유발하면, 게임이 보급되자 살인사건 발생 횟수가 줄어든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또한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 결과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이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게임 중독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각종 패륜적 범죄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시스템, 가정의 불화, 경제적 궁핍, 또래 사이의 갈등 등 보다 복합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으므로 이러한 패륜적 범죄의 원인이 인터넷 게임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가 셧다운제에 대해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려는 등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심야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에는 “‘지나친 이용’이란 장시간의 이용을 의미하는 것이지 심야 이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 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TV시청, 영화감상, 음악감상, 독서, 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수강 등 모든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며 “음주나 흡연과 같이 청소년들에게 시간과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제외하면, 청소년이 심야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중 법률에 의해서 제한되는 행위는 오직 인터넷 게임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 역시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라며 “학업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부모와의 갈등을 유발하며, 경쟁에서 도태된 청소년들은 차츰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힘들고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청소년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박승범 과장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며 “개인의 자율적 게임 이용에 대해 국가가 너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주요 게임 선진국에는 도입되어 있지 않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제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별도 설비, 프로그램 운영, 인력이 요구되는 현실이어서 중소게임사에 특히 부담”이라며 “셧다운제 시행 전 3년 국내 게임산업 성장률은 평균 15.7%였는데, 시행 후 3년은 1.1%로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박 과장은 “그동안 업계가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 정당하지 않은 차별을 하지 말아 달라는 등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며 “이제는 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는 갤러그 밖에 못 합니다’라는 게 창피한 일이 되는 사회문화로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셧다운제는)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과대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법 홍보를 했던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가 다니던 학교는 기숙사 학교였는데, 밤 12시 이후 인터넷 접속을 허용 안 했다”며 “그래도 12시 이후에 영화를 보는 학생도 있었다. 통제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 정책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판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정도 (셧다운제가) 유지됐는데 청소년 여가 활동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가 빈약하다”며 “게임 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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