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킹덤: 아신전’ 중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프리퀄이어도 ‘킹덤’은 ‘킹덤’이었다. ‘킹덤’ 시리즈가 보여준 스산함과 괴기함은 여전했고, 서사는 더욱 강력해졌다. 92분 동안 펼쳐지는 아신(전지현)의 이야기는 마음에 콕 박혔다. 기대 이상의 것들을 보여준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이다.‘아신전’(감독 김성훈)은 북방에서 처음 발견된 생사초의 기원을 다뤘다. 주인공은 ‘킹덤’ 시즌 2 대미를 장식한 아신이다. 국경을 수비하는 조선 군영 추파진과 잔혹한 여진족 파저위, 그 사이에서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 성저야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뚜렷이 느껴진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이야기”라고 강조했던 김은희 작가의 말처럼, 조선을 위기로 몰아간 생사역(좀비) 사태의 발화점을 찾을 수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김 작가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인 만큼 본편에 담기엔 무리가 있어 스페셜 에피소드를 기획했다”면서 “‘아신전’은 시즌 3로 가는 디딤돌”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비유다. 전사(前史)를 담아내며 시즌 1, 2로 이어지는 플롯 구조는 더욱 강화됐고, 본편 스토리에는 힘이 실렸다.
‘아신전’은 아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킹덤’의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다. 처절한 민초의 곤궁함을 다룬 정서와 혹한기 속 건조하고 버석한, 그 가운데 음산함이 깔린 분위기는 ‘킹덤’ 시리즈와 같다. 다만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 본편이 조선의 명운을 짊어진 세자 이창(주지훈)의 성장기였다면 ‘아신전’은 조선과 여진 모두를 쇠락시키려 하는 아신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킹덤’과 ‘아신전’을 끌어가는 동력은 변화를 거듭한다. 시즌 1은 굶주림, 시즌 2는 핏줄에 대한 집착, 외전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이의 한이 주를 이룬다. 생사초를 사용하는 인물들의 목적 역시 다르다. 본편에서는 권력을 탐한 해원 조씨의 욕망이 생사초에 투영됐다. 외전에서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아신의 간절함이 생사초를 세상 밖으로 꺼내오는 이유가 됐다.
피지배 계층에서도 최하위에 있던 아신. 결국 그가 퍼뜨린 생사초는 권력의 정점에 선 해원 조씨를 자멸하게 했다. 조선을 쇠퇴시키려 한 아신의 행동은 역으로 이창을 각성시켜 새로운 왕실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조선을 붕괴시키려는 아신과 이를 막으려는 이창. ‘아신전’에서 출발한 이 거대한 대립구도는 차기 시즌이 다룰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본편을 본 시청자라면 ‘아신전’을 보자마자 정주행을 고민하게 될 수 있다. 본편을 보지 않았어도 ‘아신전’은 권할 만하다. 과거 시점을 다룬 만큼 이전 시즌을 몰라도 ‘아신전’을 이해하는 데엔 무리가 없다. ‘아신전’을 먼저 보고 시즌 1, 2를 보는 것도 관람의 한 방법으로 추천한다. 92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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