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는 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인터뷰에서 스페셜 에피소드인 ‘아신전’을 “시즌 3를 위한 디딤돌”이라고 재차 표현했다. 그는 아신의 정체와 서사를 보여주는 것을 외전의 목적으로 설정했다. 시즌 2 말미 세자 이창(주지훈)과 아신의 만남이 암시된 만큼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서사를 납득시키는 과정은 꼭 필요했다. 기획 의도에 맞춰 담아낸 아신의 이야기는 92분으로 짧고 굵게 완성됐다.
“아신은 시즌 3에서 이창과 대척점에 서는 인물이에요. 그 인물의 탄생부터 시즌 3의 중요한 배경이 될 폐사군을 보여드리려 했어요. 시즌 3에서는 생사초에 붙은 촌충으로 인해 어떤 변이가 일어나는지도 중요하거든요.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그리고 지배계층이 이끌고 간 시즌 1, 2와 달리 시즌 3는 극 흐름을 주도하는 대상이 피지배계층으로도 확대돼요. 그런 만큼 한(恨)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에 알맞은 인물이 아신이었어요.”
시즌 3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외전이다. 시즌 1, 2에서 각각 배고픔과 핏줄을 주요 키워드로 삼았다면, ‘아신전’과 시즌 3는 ‘한’이라는 공통 정서를 가져간다. 김 작가는 “역병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피지배계층이다. 이들이 가진 감정 폭발이 곧 한을 이루는 것”이라면서 “아신 외에도 이전 시즌에 나온 서비(배두나), 영신(김성규)도 같은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다. 시즌3에서 이들의 아픈 내면이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신전’이 곧 서사와 감정의 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킹덤’ 시리즈에 전 세계 관심이 쏠려있어도 김 작가의 관심은 흥행보다 작품 완성도였다. 대본을 쓰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조선을 ‘악’처럼 그린 내용 등 시청자 사이에서 반응이 갈리는 일부 요소 역시 고뇌 끝에 탄생한 산물이었다. “긴 시간 동안 복수를 놓을 수 없었던 아신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담으려 했다”고 운을 뗀 그는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 극 분위기에 대해서도 본인만의 답을 내놨다.
“어떤 캐릭터도 선과 악만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이전 시즌에 나온 안현(허준호)도 완벽한 양반이지만 조선을 지키기 위해 일부 백성을 희생시켜요. 민치록 역시 비슷해요. 저는, 캐릭터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선택을 이어가는 과정이 곧 성장이라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생사역이라는 재난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성장할지, 마지막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와 캐릭터 간 관계에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캐릭터들은 ‘킹덤’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작가는 극 중 인물을 실감나게 살린 배우들에 감사 인사도 전했다. 처음부터 아신으로 염두에 뒀던 전지현에 대해서는 “뛰는 것조차도 연기로 보여주는 배우”라면서 “신작인 tvN ‘지리산’과 ‘아신전’에서 맡은 캐릭터가 전혀 다른데도 잘 살리는 걸 보며 스펙트럼이 넓다고 느꼈다”는 찬사를 내놨다. 김성훈 감독 의견으로 김뢰하와 구교환 등이 캐스팅됐을 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단다. 김 작가는 “민초의 상징 같은 느낌을 나타내준 김뢰하와, 눈빛만으로도 서늘함을 표현해준 구교환에 고마울 따름”이라며 웃었다.
시즌이 이어질수록 그가 그리는 ‘킹덤’ 세계관은 탄탄해지고 있다. “결국은 세도가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모든 역병이 촉발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 작가는 “정치에서 파생된 아픔과 그것에서 나온 대가가 ‘킹덤’을 이루는 줄기”라고 정의했다. 가장 한국적인 조선과 가장 서양적인 좀비의 만남은 작가의 의도를 담는 견고한 틀이 됐다. 그는 여전히 ‘킹덤’으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제게 ‘킹덤’은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계속 나아가고 싶죠. 이창과 어린 중전(김혜준), 조학주(류승룡), 서비, 영신 등 주요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다뤄보고도 싶고요. 어쩌면 ‘아신전’처럼 또 다른 외전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원만 해주신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하,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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