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가능한가 싶던 ‘모가디슈’, 되더라고요” [쿠키인터뷰]

김윤석 “가능한가 싶던 ‘모가디슈’, 되더라고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8-05 06:00:20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이게 과연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놀라움의 연속이다. 현지에서 100%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촬영은 1991년 소말리아의 혼란한 정국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3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김윤석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김윤석은 뜨거운 반응에 기뻐하며 “입소문의 힘을 믿는다”고 재차 말했다.

‘모가디슈’에서 김윤석은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지만 김윤석은 영화를 위해 각색된 한신성을 구현하려 애썼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만든 감독의 선택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인간다운 허점부터 나약한 면과 협력하려 애쓰는 모습들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위해 카 체이싱부터 다양한 연기에 도전한 순간들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차량 추격 장면은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옛날 차들을 실제로 운전하려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카메라 움직임이 필요한 장면은 차 지붕을 떼서 찍고, 용접을 해서 다시 붙이기도 했어요. 총소리가 나는 상황에서 운전을 하다 보니 정신이 멍해지기도 했고요. 시트 스프링이 튀어나와서 바지에 구멍이 날 정도로 긴박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생생히 잘 담긴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가디슈’에는 카 체이싱부터 내란까지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이 즐비하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불가능할 거란 생각만 들었다. 불가능은 현실로 눈앞에 나타났다. 모로코 한 소도시에 반경 약 5㎞ 세트를 꾸미고 포장도로에 흙을 깔아 비포장 상태로 만들었다. 막대한 규모의 흑인 엑스트라 군단을 동원해 군중과 반군, 정부군을 재현했다. 모든 것들을 진두지휘한 류승완 감독을 보며 신인 연출가로서 감탄했고 많은 걸 배웠다.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영상화가 될 수 없으면 영화가 될 수 없잖아요. ‘모가디슈’를 보고 영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가졌는데, 모든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그건 감독 한 사람만 잘 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오랜 기간 함께한 팀워크로 불가능해보였던 작업을 성사시킨 거예요. 그 자체가 제겐 감동이었어요. 준비 과정과 추진력, 열정, 에너지… ‘모가디슈’의 모든 것들이 제게는 배울 점이었어요.”

함께한 배우들은 김윤석의 ‘믿는 구석’이 됐다. 든든한 선배 허준호를 시작으로 조인성과 구교환 등 걸출한 배우들이 이야기를 생생히 만들어갔다. 조인성에 대해 “꼭 한 번 만나고 싶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을 함께해 기뻤다”며 호흡을 회상하던 김윤석은 허준호 이야기가 나오자 들뜬 모습을 보였다. “본받을 부분이 많던 소중한 사람”이라며 말문을 뗀 그는 이내 조인성과 구교환, 허준호 등 함께한 배우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4개월 동안 해외에서 함께하며 모든 배우들과 가족이 됐단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 모두가 각자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집중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배우들이 하는 모든 연기가 자신만의 개성이 빼곡히 묻어나는 것들이었거든요. 뭔가를 흉내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걸 표현했을 때만이 진정한 생명력을 갖는단 걸 검증받은 기분이었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촬영하는 게 제겐 큰 힘이 됐죠.”

연기 경력이 더해질수록, 뒤따르는 후배들이 많아질수록 김윤석은 생각이 많아진다. 작품을 검토할 때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두터운 신뢰를 가진 만큼 더욱 내려놓으려 하는 게 김윤석의 지론이다. 그는 “촬영이 들어가면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한다. 격의 없이 지내며 작품에 집중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품만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무거운 수식어를 지켜나가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게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제가 갖는 부담이 제 스스로를 더 검증하게 만들거든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노력하려 해요. 제 필모그래피를, 더 나아가 제 인생을 관리하게 된다고 할까요? 열심히 일에 집중하며 깊게 생각하려 하는 것, 이게 제 부담을 이겨내는 방법이에요. 이번 영화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임했어요. 최고의 2시간을 만들어드릴 자신, 있습니다.”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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