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노상우·한성주 기자 = 한 달 간의 고강도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넘어섰다. 앞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4차 유행’이 진행되던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경고한 ‘8월 중순 2000명대’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돌파감염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거리두기 체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완화된 거리두기, 늦은 ‘비수도권’ 방역…‘휴가 피크’ 끝나면 더 증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국내 일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확인됐다. 2000명을 넘는 수치는 지난해 1월 최초 발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지금까지 최다 규모다.
특히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 달째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650명, 경기 648명, 인천 107명 등 발생해 14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고강도 방역조치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로는 휴가철, 변이 바이러스, 그리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거리두기 체계 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 달 ‘4차 유행’이 본격화하던 당시 전문가들은 휴가철 지역 간 이동, 풍선효과 등의 차단을 위해 비수도권의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수도권에 대해서만 방역조치를 강화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한 영향이 다시 수도권에 미칠 수 있고, 지역의 의료 체계도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일괄 격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27일 0시부터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일괄적으로 격상했다.
당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휴가철 풍선효과를 막아야 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휴가철이 끝난 후 수도권에 다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휴가가 몰리는 8월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휴가지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이동하면 수도권 확진자 수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선 유행에서 정부는 식당과 카페의 배달·포장만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내렸는데, 이번에는 단계만 ‘4단계’로 유흥업소 3종 등에 대한 집합금지만 이뤄질 뿐 이전보다 완화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리 단계를 현재 상태로 유지한다고 해서 확산세가 꺾인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편 체계 내에서 최고단계를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내용 들여다보면 거리두기 강도가 매우 약하다”며 “특정시설 영업제한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행동양식을 바꾼다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4인이든 2인이든 모임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감염 전파 여지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거리두기 최고단계가 허용하는 범위의 사적모임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게다가 영업장소가 오픈되어있으면, 그 속에서 사람들이 개인방역수칙을 지키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다보니 방역당국도 ‘새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고심하는 눈치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결과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서 기존의 어떤 대응체계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세 차례의 유행과 다르게 현재 거리두기 조치나 방역조치들이 충분히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들은 여러 이유가 있다. 초기 감염력이 매우 크고, 전파력이 강한 특성이 있는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차단에 애로를 겪고 있는 특성이 있다. 또 거리두기 자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이동량 적마 효과가 예전처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못한 것을 요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부분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휴가철 감염 확산 이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며 지역사회 내 2차, 3차 전파가 일어나는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여파가 어느 정도 전개될지 평가하면서 거리두기 체계 변화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리두기 조치 강화는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방접종이 확대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주까지 수도권의 경우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이를 2~3주 보였다가 지난 주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 증가가 7월말, 8월초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여 휴가철 이동의 후속 영향으로 생각한다. 계속 증가할지 다시 증가하지 않고 다른 변화를 보일지는 금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변이에 돌파감염까지…‘집단면역’ 어려울 듯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 돌파감염 증가 등을 이유로 ‘집단면역’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방역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방대본 발표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뒤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이 지난 후에 확진 판정을 받는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지난 5일 기준 총 154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기준 누적 집계치 1132명과 비교해 일주일 새 408명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분석이 시행된 379명 중 247명(65.2%)에서는 주요 변이(알파형 24명, 베타형 1명, 감마형 1명, 델타형 221명)가 확인됐다.
방대본 관계자는 “전파력이 높은 델타변이의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달 말 환자발생수준이 하루 600명 이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해졌고, 방역 피해로 인한 초과 사망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방역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 독감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방역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잘 알려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피해 외 초과사망자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4000건의 초과사망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 중 800명은 코로나로 사망했고 나머지 3200명은 다른 이유로 사망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응급대응이 제대로 안 돼 사망했거나, 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거나 자살한 것이 원인”이라며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지 않았을 때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다. 영국이나 이스라엘처럼 할 순 없겠지만 그 중간단계에 해당되는 조치를 시도할 수 있을 것”고 전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지면 위‧중증 환자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기존 방역체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역사회 환자발생 규모가 커지면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은 예방접종률, 거리두기, 3T(테스트‧추적‧치료)전략이 지역사회 발생 규모를 줄이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수단과 조치가 지속될 수 있을 때 지역사회 감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무기는 거리두기, 개인위생수칙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3T전략, 예방접종이라는 수단이 있다. 이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전파 기회를 줄이는 것이 ‘거리두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리두기, 국민적 참여, 3T전략에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예방접종에서는 고위험군, 취약집단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이 있고, 요양병원의 출입자 관리강화도 그 중 하나이다”라면서 “각 분야별로 노출을 최소화시키고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할 수 있게 검사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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