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1일 업무방해와 위조사문서 행사, 자본시장법 위반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4000여만원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1600만원을 감경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입시비리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조씨의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7대 스펙은 Δ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Δ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 Δ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Δ부산호텔 실습 및 인턴 Δ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Δ동양대 총장 표창장 Δ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경력 확인서를 말한다.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개최한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세미나 참석 여부가 유죄 판결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 조씨 한영외고 동기인 장모씨는 지난달 23일 세미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조민이 99% 맞다”고 말했다. “조민과 다르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는 허위성 여부에 영향이 없다”고 봤다.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을 시켜 PC 하드디스크 등을 은닉했다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1심 무죄를 유죄로 뒤집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2차 전지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사전 취득해 이익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서 전체 액수를 유죄로 본 1심과 달리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봤다. 이에 벌금과 추징금이 1심보다 감경됐다. 정 교수는 지난 2018년 1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군산공장 가동 예정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듣고 동생 명의로 음극재 개발업체 WFM 주식 12만주를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정보 불균형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미공개 정보 이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WFM 주가 하락으로 (정 교수가)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도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재판 뒤 상고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도 SNS에 “가족으로서 참 고통스럽다”면서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과 업무방해죄 법리 등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 회장은 “2심에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경력확인서 위조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면서 “상고심에 가더라도 증거인멸교사 같은 경우 다툴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 혐의는 수많은 증인과 사실관계가 이미 제시됐고 검토가 이미 끝났다. 대법원에서 크게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가 반성 없이 ‘남탓’을 고수한 태도가 형량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재판 내내 입시제도 자체 문제라고 범행 본질을 흐리며 피고인 가족에 대한 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김 전 회장은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경력확인서 위조에 대해 ‘당시 입시 제도를 따랐을 뿐’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굉장히 문제가 크다. 이 같은 태도는 양형 참작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스펙 품앗이’ 표현은 적절치 않다.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면서 “당시 현실이 그랬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보여진다”며 “조 전 장관이 SNS상으로 장외 여론전을 계속 펼친 것도 재판부로서는 좋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 역시 “4년 형은 정 교수의 행위책임에 비례해 볼 때 결코 무거운 형량이 아니다. 오히려 가볍다”면서 “대학 입시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사회적 믿음을 무너뜨렸다. 증거인멸죄 역시 국가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는 질 나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 측이 반성하고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면 분명히 형량이 내려갔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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